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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전 CEO 우드퍼드, 3월 주총서 경영권 대결 포기

중앙일보 2012.01.07 00:00 종합 2면 지면보기
마이클 우드퍼드 전 올림푸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주총에서 다시 CEO가 되려던 계획을 대주주들이 지지하지 않아 포기한다고 밝혔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은 해고당하고, 부정을 못 본 척한 사람들은 임원으로 남았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블랙코미디다.”


일본식 기업관행 베려던
‘파란눈 사무라이’ 칼 놓다

 파란 눈을 가진 사무라이가 이 말을 끝으로 칼을 내려놓았다. 세계적 광학기기 제조업체인 일본 기업 올림푸스의 영국인 전 사장 마이클 우드퍼드(52) 이야기다.



 부당한 해고에 반발하며 20년에 걸친 올림푸스의 분식회계를 폭로했던 그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장직에 복귀할 기회를 노려왔다.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위임장 쟁탈전’을 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62)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과 벌여왔다. 그랬던 그가 이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다.



 우드퍼드 전 사장은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가 악몽에 시달리며 밤마다 눈을 떴다…. 나에게 밀려오는 적대감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면서 본인과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중요한 이유로 꼽은 것이다. 그러면서 “(주주총회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있 지만, 격전이 되면 올림푸스가 또 분열될 수 있다. 그것은 피하고 싶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그가 사장 경쟁을 포기한 것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일본 내 대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현 경영진이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데 부정적이지만, 그렇다고 다루기 힘든 외국인 사장의 복귀는 더더욱 마땅치 않아 했다.



 우드퍼드는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주주들은 “올림푸스의 경영 문제엔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폐쇄적인 일본 기업 문화의 벽에 우드퍼드가 또다시 좌절한 셈이다.



 해임부터 위임장 쟁탈전 포기까지 그가 겪은 일들은 일본 기업문화의 폐쇄성을 그대로 드러낸 막장 드라마였다. 사장직에서 해임된 건 지난해 10월 14일. 1987년 영국의 올림푸스 대리점에 입사한 뒤 유럽 지역 책임자까지 맡아 ‘글로벌 사업의 적임자’란 평가 속에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그를 해임한 회사 이사회는 “일본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독단적 경영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으로 돌아간 우드퍼드가 반격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180도 뒤집어졌다. 그는 “내가 해임당한 건 일본 경영진의 급소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회계부정 의혹을 폭로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제3자 위원회의 조사 결과 폭로는 사실로 드러났다. 외국인 사장을 ‘왕따’시키며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올림푸스의 진상이 드러난 것이다.



우드퍼드 전 사장은 이날 “주가를 올리기보다 업무에서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는 개혁돼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올림푸스=카메라뿐 아니라 의료용 내시경, 공업용 현미경 등 광학기기도 생산하는 대기업이다. 전 세계에 팔리는 소화기 내시경 중 70%가 이 회사 제품이다. 1919년 현미경과 체온계를 만드는 회사로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산’에서 따왔다고 한다.



올림푸스 CEO, 해임부터 복귀 포기까지



2011년 10월 14일 마이클 우드퍼드 전 사장 해임



10월 15~25일 우드퍼드 사장의 분식회계 의혹 폭로로 주가 폭락



10월 26일 기쿠카와 쓰요시 회장 겸 대표이사 퇴진, 다카야마 슈이치 현 사장 취임



11월 1일 의혹 조사를 위한 제3자위원회 구성



11월 8일 올림푸스 경영진, 기자회견 통해 20여 년에 걸친 분식회계 인정



11월 9일 우드퍼드 전 사장 “사장 복귀 추진”



12월 7일 현 경영진 “사태 수습 이후 적절한 시점에 사퇴” 발표



2012년 1월 6일 우드퍼드 전 사장, 복귀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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