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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정치’ 하자며 만난 그들 ‘돈봉투’로 악연 되나

중앙일보 2012.01.07 00:00 종합 3면 지면보기
박희태 국회의장이 6일 오전 국회의사당 현관 로비에서 출근하다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 주장에 대한 진위를 묻자 “전혀 모르는 일이고 나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터트린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불똥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튀고 있다.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장본인으로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대표가 지목되자 6일 일부 언론은 두 사람 중 박희태 의장 쪽으로 대상을 좁혀서 보도했다. “복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 의원으로부터 ‘박 의장이 2008년 대표 경선 때 측근 김효재 의원을 통해 돈 봉투를 전달해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것이다.

‘돈 전대’ 주장 고승덕 8일 검찰 출두



 박 의장은 펄쩍 뛰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박 의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누가 나라고 하느냐. 그런 말 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격분했다. 김 수석도 “전혀 사실무근이다. 고 의원과는 18대 국회에서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 (해당 언론사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속전속결의 자세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날 고 의원에게 8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출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에선 고 의원이 검찰에서 실제로 돈 봉투를 건넸던 사람의 이름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 의원은 변호사 활동을 하던 2007년 11월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전략기획팀장으로 임명되면서 당과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통합당) ‘클린선거대책위원회’(위원장 신기남·김학재)의 BBK 공세가 거세질 때였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다리를 놔 금융 전문 변호사로 인지도가 높았던 고 의원을 ‘소방수’로 영입한 것이다.



 서로 다른 목적의 ‘클린위원회’를 앞세운 양당은 난타전을 벌였다. 고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주전 공격수였던 정봉주 전 의원의 맞상대 격이었다. 두 사람은 3주 가까이 치열한 ‘팩트 싸움’을 전개했다. 고 의원이 5개월 뒤인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서초을에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공방전에서 선방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BBK 전투에서 공을 세운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의 고문은 바로 박희태 의장이었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된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나 저축은행 사태 때 구속 수감된 은진수 전 감사위원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당시 고 의원과의 공방 때 한 발언이 족쇄가 돼 구속 수감 중에 있다.



 박 의장 측에선 고 의원의 폭로가 공천 문제 때문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현재 서초을에는 박 의장과 경남 남해 선후배 사이이자 먼 친척뻘인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의장이 자신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한 고 의원이 박 의장에게 타격을 입히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나는 아직 특정인을 거명한 적이 없다.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 위원회에서 연을 맺은 박 의장과 고 의원은 ‘더티 머니’로 진실게임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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