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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신자유주의 반대한다고 자유주의까지 포기해서야

중앙일보 2012.01.07 00:00 종합 21면 지면보기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이근식·최장집 외 8인 지음

최태욱 엮음, 폴리테이아

350쪽, 1만5000원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 흔히 ‘보수 반공’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무턱대고 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서구 근대 문명 발전의 밑거름이었던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 이념이었음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만인평등 사상에 기초한 시민혁명을 통해 신분제 사회를 무너뜨렸고, 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한 사회사상이 바로 자유주의라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같은 자유주의 본래의 진보적 의미를 오늘 한국 사회에서도 되살려 낼 수 있다는 희망 아래 이 책은 쓰여졌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가 2010년부터 매 학기 주최해온 ‘대안담론포럼’의 1, 2회 발제문을 보완해 펴냈다.



최장집 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포럼을 기획한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자유주의는 예수의 사상이 그렇듯 본래부터 진보적이었다. 진보가 무엇인가. 약자 보호와 평등의 확대가 그 핵심이 아니던가. 자유주의는 약자를 포함한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에 기초해 형성된 이념”이라고 정의했다.



 최장집 교수는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결핍된 조건을 깊이 이해하고 개선해 가는 데 자유주의가 매우 강력한 유의미성이 있다”며 “진보든 보수든 자유주의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 데 유능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화두로 붙잡고 씨름해온 그다.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일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가야할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임을 새롭게 상기시켰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유주의의 역사와 개념의 변천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며 “진보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합리적 복지국가”를 한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자유주의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함께 상생을 모색할 공동의 영역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관용이라는 보수주의 덕목과 함께 평등과 진보라는 진보주의 덕목을 화합한 상생의 원리”라고 했다.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는 대개 1980년대 이후 확산된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다.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체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본래의 자유주의까지 도매금으로 무시하는 경향은 이제 교정돼야 할 듯하다. 이념 갈등이 심각한 분단체제의 한국적 맥락을 감안할 때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만큼이나 진보적”이라는 최태욱 교수의 지적은 울림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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