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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왼쪽 입꼬리 올려 웃는 그녀 … 또다른 ‘다빈치 코드’

중앙일보 2012.01.07 00:00 종합 21면 지면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체칠리아 갈레라니’(1489?부분).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이라고도 불린다. 예술비평가 제임스 홀에 따르면, 레오나르도가 그린 초상화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

제임스 홀 지음

김영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718쪽, 3만3000원




명화 ‘모나리자’의 미소는 영원한 수수께끼라서 『서양미술사』의 에른스트 곰브리치도 “애매하고 다면적인 웃음”이라고 대충 얼버무린다.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의 저자는 미술사의 셜록 홈스 즉 명탐정을 자임하는데, ‘모나리자’의 왼쪽-오른쪽을 정밀 대조해보는 새 수사법을 도입했다.



 그러고 보니 ‘모나리자’는 왼쪽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훗날 마르셀 뒤상이 그녀에게 콧수염을 붙여주며 왼쪽을 유독 크게 만든 것도 우연일 리 없다) 반면 오른쪽은 꽉 다물어 엄숙한데, 다 빈치는 ‘한 얼굴 두 표정’을 통해 신비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왼쪽·오른쪽 구별이 우연은 아닐까.



 명화에서 획 하나, 도상(圖上)의 어느 것도 대충이란 없다. 다 빈치의 또 다른 걸작 초상화 ‘체칠리아 갈레라니’야말로 확실한 물증인데, 그림 속의 여성은 당시 권력자 밀라노 공작의 애인. 여성스러움이 물씬한 그녀는 족제비를 품에 안았다. 왜? 당시 밀라노에선 족제비란 깨끗함·순수의 상징물이다.



 그렇다면 당시 그녀는 임신 상태라고 봐야 한다. 족제비란 상징을 통해 태어날 아이의 혈통과 엄마의 가문 내 위상을 축원했다는 게 저자의 통찰력이다. 포인트는 역시 왼쪽·오른쪽 구분인데, 그녀는 몸을 왼쪽으로 크게 틀었다. 미소도 입꼬리 왼쪽으로 날리며 미묘한 생동감을 주고 있다.



 서구미술 작가들에게 왼쪽-오른쪽 상징이란 작품에 힘과 절묘함을 부여해주는 기폭제였다. (585쪽) 신간은 무척 독특하다. 문화사에서 왼쪽·오른쪽 구분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너무도 평범한 구별법이자 상식적 코드라는 인식 탓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수직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 무지·억측일 뿐이다.



 우리와 달리 옛 사람들은 왼쪽·오른쪽에 민감했다. 인류역사란 그 안에 담긴 풍부한 뉘앙스에 매료돼온 과정이다. 물론 시대별로 변하는데, 초기는 오른쪽의 완승이다. 무조건 ‘오른쪽=선’이고 ‘왼쪽=악’이라서, 피타고라스는 오른쪽은 빛·남성·짝수·직선의 상징이라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오른쪽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액이 남자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런 흔적이 지금도 남아 ‘불길한’을 뜻하는 영어 ‘sinister’는 왼쪽을 지칭한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인간 선언 이후 ‘좌향좌 혁명’이 대세로 등장한다. 왼쪽은 인간적 영역이자 신비로운 무엇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미술에서 다양한 표현으로 꽃을 피웠는데, 이후 예수의 어깨와 시선도 왼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를 보라. 그 안의 예수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풍부한 연민의 감정을 낳고 있다. 남자의 왼손을 포착한 피카소의 ‘인생’도 왜 하필 왼손일까.



 관람자에게 왼손을 보여주는 남성, 왼손을 들어 머리를 만지는 여성이 등장하는 ‘곡예사들’도 그런 맥락이다. 대중미술사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는 뜻밖의 역습이다. 그만큼 신선하고 통념을 바꿔준다. 저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비평가. 수준은 꽤 높은 편이라서 기초지식이 좀 필요해 보인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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