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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자’ 조현오의 역공 … 대구 이어 인천서도 내사 지휘 거부

중앙일보 2012.01.04 03: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28일 행안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안성식 기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3일 “대통령령(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제정됐는데 검찰이 계속 자체 내사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경찰서가 대구지검이 내려보낸 진정 사건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검찰의 내사 지휘 거부한 경찰 … 현장이 뜨겁다
1일 수사권 조정안 대통령령 시행
2일 대구 수성경찰서, 검찰의 내사 지휘 첫 거부
3일 조현오 경찰청장 “대통령령 따른 것”
검찰 “경찰 실력 행사, 결국 국민 피해”

대통령령은 ‘경찰은 검사로부터 검사가 접수한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내사 사건은 수사 전 단계이므로 검사 수사 사건에서 제외된다”고 보고 있다.



 조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령이 제정됐으면 결과에 승복을 해야지 법 따로 현실 따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처리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통령령이 실제와 달라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현재 경찰은 대통령령에 경찰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격앙돼 있다. 하지만 조 청장은 오히려 검찰에 ‘법대로 하자’며 역공을 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여력이 되지 않으면 내사권을 경찰에 넘겨야지 대통령령을 통해 모든 권한을 끌어안고 있으니 부당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대부분의 내사 사건을 경찰에 의존하고 있다. 수사 인력이 경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청장은 ‘경찰 협조 없이는 검찰 수사가 마비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검찰이 자체 내사 사건을 경찰에 넘기면 경찰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30일 각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 ‘대통령령 제정·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 지침’을 보냈다. 지침에는 ‘검찰 내사 및 진정 사건은 수사 개시 전 사건이므로 수사지휘를 거부하라’고 돼 있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내사는 경찰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침은 또 ‘검사의 수사중단 및 송치 지휘는 사건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현저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해 검사 지휘를 매번 따를 필요가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대공·선거·노동 등 공안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 의견에 따르도록 했다.



 ◆속내 복잡한 검찰=경찰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검찰은 이날 “개정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모든 수사’를 지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구지검 건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을 일종의 ‘준법투쟁’ 형식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잘하고 싶은데 독립적으로 할 수 없다는 긍정적인 취지가 아니라 ‘우리가 안 도와주면 어떻게 되나 보자. 같은 진정이라도 우리한테 갖고 오면 하고 검찰에 갖고 가면 안 하겠다’며 실력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사협의회를 구성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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