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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기엔 아까운 나무들, 이사 보내세요

중앙일보 2012.01.04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해 5월 명륜초교에서 동래 사적공원으로 옮겨진 100년 된 팽나무. [송봉근 기자]
지난 5월 초 부산시 동래구 명륜초등학교. 거대한 팽나무를 실은 대형 차량이 조심스럽게 정문을 빠져 나왔다. 수령 100년을 넘긴 이 나무의 높이는 10m, 둘레는 80cm나 된다. 나무는 1917년 학교가 문을 열 당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이 학교 졸업생의 추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학교의 상징 중 하나다. 하지만 학교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물 뒤편에 있던 이 나무는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학교에는 팽나무 말고도 수령이 100년 이상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교목인 느티나무만 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내에 팽나무를 옮겨 심을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학교 측이 부산시와 협의 끝에 인근 동래 사적공원 잔디광장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공사 등으로 설 자리 잃은
100년 된 고목 등 6000그루
부산시, 공원·광장에 이식
녹화사업비 12억 절감 효과

 지난달 26~27일에는 동래고등학교 농구장에 있던 수령 20년 이상된 메타세쿼이아 20그루가 사하구 을숙도 대교 66호 광장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역시 이 나무들도 테니스코트 2면을 추가하는 공사를 하면서 베어낼 참이었다. 높이 15m 직경 20~35cm 이상되는 이 나무들을 학교안에서는 옮겨 심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66호 광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황량했던 입체교차로를 푸르게 만들었다. 조봉석 동래고 행정과장은 “ 학교 내 다른 곳으로 옮겨심으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 안타까웠다. 필요한 곳으로 옮겨져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각종 개발공사로 베어내야 하는 나무를 필요한 곳에 옮겨 심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령이 수십 년 되는 나무는 살리면서, 도시 녹화 예산은 줄이고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명륜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인제대학교, 영화의 전당, 가덕도 대항마을 주차장, APEC나루공원, 파라다이스호텔 등에서 모두 6000여 그루의 나무와 540여 종의 식물을 얻어 필요한 곳에 옮겨 심었다. 대부분 원래 있던 자리에 둘 수 없는 나무와 식물들이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을 시가 수송비와 이식작업비만 부담하고 옮겨 심은 것이다. 6000여 그루를 새로 사서 심었을 경우 25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식비가 절반쯤 들어가기 때문에 부산시는 6000여 그루 이식사업으로 아낀 예산은 12억여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노광섭 부산시 녹지정책과 주무관은 “나무를 옮길 때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한두 그루일 때는 새로 사서 심는 게 낮지만 수종이 귀하거나 10그루 이상인 경우에는 옮겨 심는 것이 예산을 크게 절감한다. 각종 개발로 베어야 할 나무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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