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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3세들 경영전선 투입 … “내 자식을 강하게”

중앙일보 2012.01.04 00:00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해 말 한화그룹 김승연(60) 회장은 중대 결심을 한다. “내 자식을 강하게 키우겠다.” 그러면서 장남(김동관·29)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임명했다. 순간 그룹이 술렁거렸다. 한화솔라원의 주력은 태양광 사업. 그런데 최근 이 사업이 애물단지 논란에 휩싸인 상태여서 회장의 결심에 임원들은 놀랐다.


한화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격전지 태양광서 현장 경험 쌓기
GS 허창수 회장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부장서 상무보로 승진
금호타이어 박세창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영역 넓혀

 마침 김 회장이 선대 회장(김종회) 타계로 가업을 이어받은 시점이 29세 때다. 자신과 같은 나이에 장남을 격전지로 보낸 것이다. 장남 김동관 실장은 태양광에 의욕을 보이며 보임을 자처했고, 김 회장도 “그러면 한번 고생해 보라”며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도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듯, 장남에게도 어려운 사업을 맡겨 그와 같은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3·4세대 경영인의 일보 전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사 명단에 오른 이들 중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보직을 받아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김동관 실장 외에도 GS그룹 허창수(64)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33) GS건설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허동수(69)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에 이어 나란히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몸으로 경영을 익히며 사업을 일궈낸 1·2세대와 달리, 대다수가 해외 유학파인 3·4세대 경영인이 그룹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최근 3·4세대 경영인의 행보를 분석해 보면 기업의 ‘미래 먹거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대가 완성해 놓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화의 김동관 실장이다. 김 실장은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태양광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우 한때 삼성의 첨단기술연구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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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이나 디자인 쪽에 관심을 둬 기업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이도 많다. 정의선(42)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독일 BMW의 핵심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보다, 기업의 주요 업무에 배치돼 경영 수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박삼구(67)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37) 금호타이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타이어 부문 내에서 영역을 넓혔다. 박찬구(64)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34) 해외영업1팀장은 상무보로 승진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해외영업 파트를 전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3·4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성태(경영학과) 한양대 교수는 “차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잘된 기업으로 두산을 꼽겠다. 두산이 차세대를 외국에서 공부하게 하고 금융회사 등 현장에서 근무해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처럼 전문성을 쌓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나눔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오수(경영대) 서울대 교수는 “3세대 경영인들은 강한 주인의식과 체계적인 경영 수업으로 전문경영인보다 더 경쟁력 있지만 선대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일명 ‘후계자 신드롬’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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