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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주취자(酒醉者)

중앙일보 2012.01.04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술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음식 중 하나다. 팍팍한 인생길을 걸어가는 데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먹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절제하지 않으면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주취자(酒醉者)’란 단어가 쓰인다. 특히 경찰과 관련된 얘기에 자주 보인다. “파출소 안은 웃통을 벗고 날뛰는 주취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 등으로 난장판이었다.” “술에 취한 자를 보호하는 것이 재량 행위라고 해도 영하 15도의 한데에 주취자를 방치하는 것은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도 “경찰관은 정신착란자·미아(迷兒)·주취자, 기타 긴급한 구호를 요하는 자를 발견한 때에는 보건의료기관 등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의 적당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뜻하는 ‘취객(醉客)’ ‘취인(醉人)’이란 말이 원래 있는데, 이들이 그 사람을 조금 낮잡아 이르는 듯해 ‘주취자’란 단어를 새로 만들어 낸 것 같다. ‘술 취한 사람’이라고 하면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으나 글자 수가 많은 게 약점이다. ‘주취자’란 말을 따로 쓰는 데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학술 논문에도 쓰이는 ‘주취자’는 현재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출처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취객’ ‘취인’과 ‘주취자’가 앞에서 말했듯이 어감에서 차이가 있고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사용한다면 이 말도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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