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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뭐길래' 3960m 봉우리서 죽음의 결투 `스파이더 염소`

온라인 중앙일보 2012.01.04 00:00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수컷 야생 염소 세 마리가 서 있다. 무려 3960m 높이의 알프스산맥 봉우리다. 두 염소는 뿔을 맞대고 결투를 벌인다. 나머지 염소는 절벽 끝에서 둘의 싸움을 지켜본다. 이들이 서있는 곳은 세 염소가 움직이기엔 좁아보인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수천m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질 게 분명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염소들의 ‘죽음의 결투’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일 이탈리아 알프스산맥에 사는 알프스 아이벡스 야생 염소의 결투 순간을 전했다.



한 루마니아 출신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찍은 알프스 아이벡스 야생염소의 모습. 이들이 있는 곳은 무려 3690m 높이의 알프스산맥 봉우리다.[사진=데일리메일 웹사이트]


루마니아 출신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마리우스 사보(38)는 지난해 알프스산맥 몬타지오 봉우리 근처에서 아이벡스를 따라다니다가 이 장면을 포착했다. 그는 고지대로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한 시간 가까이 세 염소를 따라다니며 이들을 촬영했다. 사보는 “2004년부터 야생염소 사진을 찍어왔지만 이런 결투 장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절벽 바깥으로 떨어진 염소는 없었다. 염소들은 승패를 가리지 않은 채 봉우리를 내려왔다. 사보는 “이들은 3살 정도 된 젊은 염소들로 보였다”며 “아마 암컷을 두고 결투를 벌이기 전 연습경기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의 싸움은 마치 권투 경기장 같았다”며 “링 위에 두 선수와 심판이 서 있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매치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첫번째 연습 결투 이후 알프스 산맥 봉우리에서 다시 만나 싸움을 벌이는 두 마리의 아이벡스. 다행히 이들은 이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싸움 장소를 옮겼다.[사진=데일리메일 웹사이트]


결투를 벌인 두 염소는 지난해 12월 다시 만났다. 이 장면도 사보가 찍었다. 몬타지오 산 중턱에서 만난 이들은 구름에 둘러싸인 봉우리를 올라가며 싸움을 이어갔다. 다행히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은 산봉우리를 떠나 좀더 안전한 곳으로 싸움장소를 옮겼다. 아쉽게도 결투의 결과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벡스는 알프스산맥 등의 고지대에 산다. 나무가 없는 절벽 등에 자라는 풀을 먹이로 삼는다. 바깥쪽 발굽이 날카로와 가파른 암벽을 자유자재로 잘 뛰어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 전엔 스위스 국경 인근 이탈리아 안트로나 계곡의 신지노 댐에서 수직에 가까운 댐의 벽을 오르는 아이벡스 무리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0년 10월 이 모습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면서 ‘스파이더 염소’란 별명이 아이벡스에 붙기도 했다.



이승호 기자





댐벽 오르는 아이벡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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