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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다시 임진년(壬辰年)을 맞이하며

중앙일보 2011.12.30 14:15
흑룡(黑龍)의 해 임진년 새 아침이 밝았다. 지금부터 420년 전 임진년인 1592년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정권은 명(明)을 정복코저 하니 길을 내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명분으로 조선을 침공 이른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일본이 당시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대명(大明)제국의 기득권을 치고 들어 온 것이다. 조선은 명의 중화권에 안주하여 일본의 부상을 알지 못했다.



한편 명은 건국 200여년의 절정기를 지나고 쇠퇴기에 접어 들고 있었다. 중원을 지배한 몽골(元)을 만리장성 이북으로 내쫓았으나 끊임없이 남하하는 몽골과 남쪽의 해안을 자주 침입하는 왜구(倭寇)등 이른바 북로남왜(北虜南倭)의 등살에 나라는 거들이 나고 있었다. 명은 일본의 조선침입에 대해 항왜원조(抗倭援朝)의 명분으로 조선을 지원했다. 조선은 명의 지원을 받아 일본과의 7년전쟁을 치루면서 국토는 황폐화되나 결국 침략자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으로 전쟁은 끝난다. 明은 전비조달로 재정이 바닥이 나고 전쟁이 끝난 후 반세기도 채우지 못하고 농민 반란군 이자성(李自成)에 멸망된다. 이자성은 자체 내분으로 자멸되고 산해관 밖에서 힘을 키우던 만주족 청(淸)이 전 중국을 지배하게 된다.



임진년인 2012년의 한반도에도 외국의 세력이 각축하는 모습이다. "지리는 운명이다.(Geography is destiny.)" 라는 서양 격언처럼 한반도의 지정학은 세월과 관계없이 변화가 없어 보인다. 금년 4월 북한의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로 한반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특히 금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지도자가 대거 교체되는 특별한 글로벌 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정월에는 타이완 총통선거, 3월에는 러시아의 대통령선거, 7월에는 일본 노다(野田)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총선 돌입, 10월에는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표자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대거 교체,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12월에는 한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여부와 함께 한반도 주변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지정학적 구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금년은 세계가 동아시아의 체스판에 관심을 집중시킬 것 같다. 김정일 급사로 막이 열린 동아시아의 지도자의 교체는 한반도의 위기이면서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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