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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봉수산에 오르다

중앙일보 2011.12.30 04:02 6면 지면보기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베를 짜다 바위가 됐다는 아낙네’의 전설이 내려오는 봉수산 베틀바위. 중앙일보 천안아산의 객원기자 이경민(왼쪽)·홍정선씨가 베틀바위에 올라 설경을 감상하고 있다.



천년의 숲과 천년고찰 품 안에 … 광덕산 향해 날아가는 봉황의 모습 빼닮아

봉수산(536m)의 겨울은 여름보다 푸르다. 여름에야 모든 산이 다 푸르지만 늘 푸른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봉수산은 겨울에 진정한 멋을 뽐낸다. 위치상 금북정맥의 줄기에 해당하는 봉수산은 아산시 송악면과 예산군 대술면, 공주시 유구읍의 경계에 솟아 있다. 이 산의 동쪽에는 광덕산(699m), 서쪽에는 도고산(485m), 남쪽에는 천방산(479m)이 마주하고 있다. 산의 이름인 ‘봉수’가 통신수단인 봉화(烽火)를 뜻할 듯 하지만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봉수산(鳳首山)이라 부른다. 북쪽에 있는 봉곡사 방향의 산줄기가 봉황의 왼쪽 날개, 천방산 줄기가 오른쪽 날개가 되며 대술면 상황리의 갈막고개가 허리의 역할을 한다. 이 봉황이 남북으로 날개를 펴고 동쪽의 광덕산을 향해 날아가는 형국이다.



천안 불당동 시청 앞을 출발, 21번 국도를 달려 장재교차로에서 39번 국도로 갈아 탔다. 외암민속마을을 지나고 송악저수지를 지나면 봉곡사로 향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5분 정도 더 가니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25분, 눈이 내렸지만 오전이라 차량이 많지 않고 길이 잘 나 있어 빨리 도착했다. 오늘의 산행도우미는 중앙일보 천안아산의 객원기자인 이경민·홍정선씨.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오전 10시10분 산행을 시작했다.



천년의 숲~베틀바위



소나무로 가득한 봉곡사 입구 ‘천년의 숲’.
주차장 옆 길을 따라 가니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족히 20m는 돼 보이는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저마다 늘씬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2004년 ㈔생명의 숲으로부터 자연경관과 문화역사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천년의 숲’에 선정(장려상)됐다. 이후 걷고 싶은 길로 입 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가 많아졌다.



 700m 가량 이어지는 길을 지나려니 상쾌한 공기에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얼어붙은 줄 알았던 숲가의 계곡이 물소리로 제 존재를 알린다. 고요한 숲의 적막을 깨듯 멀리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지저귀는 산새소리와 어우러져 정겨움을 더한다. 이곳의 소나무는 곧지 않고 비스듬하게 자라있는데 사연이 있다. 나무 밑동에 전부 ‘V’자 모양의 홈이 있다. 일제강점기 석유 대신 연료로 쓸 목적으로 송진을 채취해 가면서 생긴 상처란다. 소나무는 깊게 패인 상처 위로 비스듬하게 자랐는데, 세월을 이겨낸 것이 안쓰럽고 대견할 따름이다.



10분쯤 가면 왼쪽으로 차량통제 표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봉곡사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들어서 길을 오르면 정자를 지나고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100m쯤 올라가면 커다란 바위군락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30m쯤 가면 나무계단을 지난다. 5분 가량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낙엽 위로 하얗게 쌓인 눈이 제법 운치 있어 보인다. 왼쪽으로 20m쯤 가면 베틀바위에 도착한다. 베틀처럼 생긴 큼지막한 납작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엔 바위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큰 전쟁이 있던 당시 산 아래 마을에 가난한 아낙네가 살았는데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이곳에서 베를 짜며 기다렸다. 전쟁이 끝나고 세월이 지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아낙네는 한이 맺혀 베틀과 함께 바위가 돼 버렸다는 슬픈 얘기다. 바위가 드문 산이지만 제법 굵은 바위들이 근처에 모여 있다.



베틀바위~봉수산 정상



베틀바위를 지나면 평탄한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5분 가량 지나면 표지판이 나오고 봉수봉 갈림길에 닿는다. 표지판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정상을 향하는 길(1.2㎞)이 이어진다. 가파른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U자형 길이다. 눈이 쌓인 내리막길을 지나려니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5분쯤 가면 평탄한 길에 있는 전망대쉼터에 도착한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눈꽃이 활짝 피어 있다. 나무 사이로 설화산이 조망된다.



오솔길을 지나면 나무계단이 나오고 밧줄을 매어 놓은 길이 나온다. 20m가량 가면 오른쪽으로 벤치 두 개가 있다. 다시 길을 가면 길가에 벤치 세 개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온다. 30m 가량 이어지는 길 가로 매어 놓은 밧줄을 타고 올라간다. 봉수산을 오르는 길 중 가장 어려운 코스다. 길을 오르면 밑에서 거대해 보이는 철탑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50m 가면 정상표지석에(536m) 도착한다. 나무가 무성하고 눈까지 내린 탓에 조망은 좋지 않다.



천년고찰 봉곡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밧줄을 따라 가파른 길을 내려가는 것이 다소 위험스럽다. 오솔길을 지나고 봉수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베틀바위가 나온다. 10분쯤 가면 봉곡사(0.9㎞)로 향하는 표지판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난다. 5분쯤 길을 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산행초입에 지났던 바위군락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10분쯤 가면 봉곡사가 나온다. 안내판에 신라 진성여왕(887년) 때 창건했다 하니 그 역사가 천년을 훌쩍 넘는다. 절은 엄중하기보다 오히려 소박하다. 뒤편의 대나무 숲이 푸근하게 절을 감싸고 있다. 대웅전 처마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낸다.



이곳에서 다산 정약용은 1795년 실학자들과 함께 공자를 논하고 성호 이익의 유고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었다. 또 만공선사는 1895년 이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송이 꽃(世界一花)’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사연도 많다.



작은 다리를 건너 10분, 소나무 길을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했다. 5㎞, 4시간 소요.





산행 코스



봉수산 산행코스는 유구~공주 방면 39번 국도가 지나 교통이 편리한 아산 송악면 방면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아산 송악면과 예산 대술면의 경계에 있는 오형제고개에서 출발해서 갈매봉을 지나 베틀바위에 올랐다가 북릉을 통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3.5㎞·2시간)과 유곡리 봉곡사 입구에서 강장리로 넘는 강장고개를 출발해 장군봉과 갈매봉, 베틀바위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코스(3.7㎞·2시간 30분), 강장고개를 출발해서 장군봉과 갈매봉을 거치지 않고 봉곡사로 접근했다가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4㎞·2시간 30분)도 있다.



글·사진=조영회 기자



◆금북정맥=길이는 약 240㎞로 한반도 13정맥 중의 하나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의 끝인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칠현산·청룡산·성거산·차령·광덕산·차유령·국사봉 등 충남을 가로질러 청양의 백월산에 이르고, 서북으로 오서산·보개산·월산·수덕산·가야산에 가서 서쪽으로 뻗어 팔봉산·백화산·지령산·안흥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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