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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개 저금통, 3원짜리 부업 … 기부하는 노인들

중앙일보 2011.12.30 00:06 종합 25면 지면보기
박창림씨는 지난 27일 서천군청을 방문해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원을 기탁했다.
연말을 맞아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수천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60대 여성이 있는가 하면 경로당 노인들은 이웃사랑을 3년째 실천하고 있다.



 27일 오전 10시 충남 서천군청 군수실에 지역 주민인 박창림(64·여)씨가 찾아왔다. 박씨는 군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서천군 비인면 성내리에 살고 있다. 박씨는 나소열(52) 군수에게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30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을 건넸다. 박씨는 2007년부터 서천군 장학재단인 ‘서천사랑 장학회’에 3차례에 걸쳐 4600만원을 내놓았다.



 박씨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비인면 지역 봉사 모임인 ‘행복비인후원회’에 올해 2차례에 걸쳐 모두 1000만원을 기탁했다. 또 5월에는 비인면 지역 노인 경로잔치 비용으로 300만원을 기부했다. 서천에서 태어난 박씨는 결혼한 지 1년 만인 26살에 남편과 사별했다. 이후 지금까지 38년간 혼자 살았다. 그는 노점상, 보모 살이, 양말장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1986년부터 10년간은 상경해 인형제조 공장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허약체질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위암, 유방암, 심장질환, 허리디스크 등으로 8차례나 수술했다. 현재 암은 치료했지만 당뇨와 재발한 허리디스크 등으로 통원 치료 중이다.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 이웃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사람들이 병원비에 쓰라며 주고 간 돈도 불우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서천사랑 장학회 김중원 회장은 “평생 힘들게 살아온 박씨의 기부가 군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며 “박씨의 기부금은 지역 초·중·고 생 장학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시 성환읍 부영1차 아파트 할머니방(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모두 10명의 할머니들은 이렇게 번 돈을 성금으로 내놨다.
 이와 함께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는 최근 충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9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노인회가 천안지역 경로당 663곳에서 올해 한 해 동안 모은 돈이다. 노인회는 올해 초 농협중앙회 천안시지부로부터 토끼띠 해를 상징하는 토끼 저금통 600여 개를 기증받았다. 노인회는 이 저금통을 지역 경로당 곳곳에 비치했다. 노인회 회원 3만1000여 명은 저금통을 채워나갔다. 10원짜리 동전부터 지폐까지 모든 종류의 화폐가 저금통에 모였다.



 노인회는 2009년에는 황소 저금통으로 2203만원을, 2010년에는 아기호랑이 저금통으로 2644만원을 모았다. 이훈(87) 노인회장은 “도움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는 노인들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시 성환읍 매주리 부영아파트 할머니방 노인들은 최근 자동차 부속품 조립작업으로 모은 돈 30만원을 성환읍사무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곳 할머니 10명은 올해 2월부터 하루 4∼5시간씩 자동차 부속품에 고무패킹을 끼우는 작업을 해왔다. 부품 하나 조립으로 받는 수당은 3원. 30만원 모금을 위해 10만 개의 부품을 조립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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