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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년생이 친구 때려도 … 독일에선 세 차례면 퇴학

중앙일보 2011.12.30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1990년대 초반 독일 베를린에서 파견 근무를 했던 유모(55)씨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다 경고 카드를 받았다. 해당 초등학교 교장은 “계속 폭행 사건을 일으키면 퇴학시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0㎞ 이상 떨어진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5년 후 서울로 돌아온 유씨는 아들 때문에 또 한번 속병을 앓았다. 한국어가 서툰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와 함께 폭행도 당했다. 아들이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고자질하지 말고 너나 잘해”라는 말만 들었다. 한국교원대 신희경(교육학) 교수는 “독일 학교에서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절대로 쉬쉬하지 않는다”며 “가해 학생을 포함해 온 가족이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독일 너무 다른 학교폭력 대처



 학교에서 폭행 사건을 세 번 일으키면 무조건 퇴학을 시키는 독일의 ‘삼진아웃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관용 위주의 대응을 하고 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거나 “가해 학생도 보호 대상”이란 인식 속에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면서 결국 학교 폭력을 방치·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 전과자 양산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소년법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대전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고등학생 16명이 법원으로부터 전원 보호처분을 받았다”며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해준다는 점을 알고 법을 우습게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청원에는 2900여 명이 서명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선 박사는 “법정에 부모를 불러 경고하고 돌려보내는 보호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약한 처벌은 청소년이 죄를 뉘우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4년 제정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도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에 따라 각 학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자치위)’를 두고 학부모, 교사, 경찰 등이 참여해 분쟁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정식으로 자치위를 열면 교육청에서 학교 평가 때 점수를 깎는다”며 “현장에서는 담임 교사가 훈계하거나 봉사활동을 시키는 정도에 머문다”고 말했다. 또 학교마다 전문 상담교사를 1명씩 배치하도록 돼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28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적위원의 4분의 1만으로도 소집할 수 있게 했고, 30일 내에 가해 학생을 타 학교로 전학시키도록 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여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중앙대 오세혁(법학) 교수는 “학교는 자치성이 있는 단체”라며 “경찰로 바로 신고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이정봉 기자



◆독일 ‘3진 아웃제’=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우선 담임 교사가 부모를 불러 상담한다. 두 번째로 적발되면 옐로(노란색) 카드를 받는다. 학부모 역시 불려가서 교장과 상담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레드(빨간색) 카드를 받는다. 퇴학을 당하는 것으로 인근 학교로의 전학도 제한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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