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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찾아가 딸 괴롭힌 반 친구 때린 아빠 … 당신이라면?

중앙일보 2011.12.30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군이 급우 이모(10)양에게 보낸 욕설 문자메시지. 이양 아버지가 공개.


19일 오전 8시50분쯤 아침 조회 중이던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이 학급 학생 이모(10)양의 아버지(50)가 찾아왔다. 그는 얼마 전까지 이양의 짝이었던 김모(10)군을 찾았다. 담임교사는 김군을 불러냈다. 김군이 교단 쪽으로 걸어 나오자 이씨는 다짜고짜 김군의 가슴을 발로 찼다. 아이는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이씨는 넘어진 김군의 머리채를 잡고 복도로 끌고 나갔다. 겁에 질린 아이에게 “죽기 싫으면 무릎 꿇어!”라고 소리친 뒤 뺨과 머리를 몇 대 때린 이씨는 교사들이 제지한 뒤에야 폭행을 멈췄다.

불구속 입건 … 교수직 사임
비난 vs 두둔 갈린 네티즌



 전날 김군이 이양에게 욕설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빌미가 됐다. 김군은 전날 오후 4시30분쯤부터 10시까지 이양에게 20여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양이 전화기를 확인하지 못해 답장이 없자 김군은 ‘X년’ ‘문자 씹냐’ 등 욕설을 섞어가며 이양을 놀렸다. 이 메시지를 본 이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학교로 찾아가 김군을 때린 것이다.



 학교 측은 김군과 이양이 사이 좋은 단짝이었으나 한 달 전쯤부터 사이가 틀어져 티격태격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학교 송모 교감은 “한 달 전쯤 아이들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걸 담임교사가 알고 따로 불러 욕설을 하지 않도록 지도했고 양쪽 학부모들에게도 가정에서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었다”고 말했다.



 김군의 부모는 이씨를 고소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이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씨는 개인블로그에 김군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고 “선생님이 잘못 가르친 것을 학부모가 대신 훈계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제 행동은 일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 명문대학의 겸임교수였던 그는 이번 일 때문에 교수직을 내놨다. 두 아이는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학교와 수원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씨를 두둔하는 쪽과 이씨의 과격함에 대한 지적 등이다. 김욱(학원 원장)씨는 “감정적으로는 이씨 행동이 이해가 가지만 어느 쪽이든 잃는 게 너무 많다. 가해자 부모의 안이한 생각과 학교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수원교육청은 이번 일이 남학생의 일방적인 학교폭력은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폭력예방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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