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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53세 서능욱, 40년 만의 첫 우승

중앙일보 2011.12.30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서능욱 9단
준우승만 13번 기록했던 ‘손오공’ 서능욱 9단이 26일 벌어진 대주배 시니어최강자전 결승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53세의 나이에 생애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불과 1000만원. 그러나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우승이다. 우승컵을 품에 안은 서 9단은 “평생 한을 풀었다. 비록 시니어들만 출전한 제한 기전이지만 조훈현 9단을 이겨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조훈현 꺾고 대주배 정상에
준우승만 13번 “한 풀었다”

 ‘번개 속기’로 유명한 서능욱 9단은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이 바둑계를 장악했던 ‘조-서 시대’(대략 1975~88년 무렵)에 활동했다. 서봉수의 벽을 천신만고 뚫고 올라가 조훈현까지 가더라도 ‘무적의 황제’ 조훈현을 꺾고 우승컵을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능욱은 조훈현 9단에게만 12번 결승전을 치러 모두 패배했고(생애 통산 11승55패) 또 한 번은 이창호 9단에게 져 준우승만 13번 했다. 그리고 91년을 끝으로 결승엔 다시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주배는 제한시간 15분짜리 속기였다. 50대인 요즘에도 수많은 밤을 인터넷의 ‘10초 바둑’으로 지새우는 서능욱은 본래 번개 손인지라 초읽기에는 누구보다 잘 단련돼 있다(※서능욱은 바둑사이트 tygem에서만 1만5435판을 두어 9523승을 기록 중이다). 그 힘이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서봉수 9단과의 준결승에서 승리, 19년 만에 결승에 오른 그는 조 9단과의 바둑에서 절망적인 형세에 몰렸으나 상대의 착각을 틈타 전광석화처럼 대마를 함몰시켰다. 72년 프로가 됐으니 프로생활 꼬박 40년 만에 우승의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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