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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

중앙일보 2011.12.30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망년회 때문에 고생하신 분들 많지요. 2차, 3차 하면서 목이 쉰 분들도 계시겠군요. 송년회 풍속이 많이 변했다지만 그래도 노래방 마이크 한 번 안 잡으면 망년회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그 바람에 저도 마이크 몇 번 잡았습니다.



 제 차례가 되면 늘 그렇더군요.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으면서 멈췄던 술잔이 다시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제하려고 애를 써봅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그럴 때 부르는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가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입니다.



 “남자가 청승맞게 웬 ‘화장을 고치고’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노래방 애창곡 100선’에 올라 있는 노래인지라 간편 선곡이 가능한 데다 애절한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세월에 변해버린 날 보며 실망할까 봐/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떠나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불쑥 찾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같은 화장도 20대가 하면 화장이지만 30대가 하면 분장, 40대가 하면 변장, 50대가 하면 위장, 60대가 하면 포장이니 뭐니 하는 썰렁한 농담도 있지만 나이를 떠나 화장을 하면 예뻐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약점은 감추고, 강점은 살려 자신만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게 화장의 기본이니까요. 인터넷에 들어가면 화장 전과 후의 얼굴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인지 놀랍고 신기할 뿐입니다.



 화장은 불안감과 자기현시욕, 동화(同化)욕구에 비례하고, 사회적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감, 자존감에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만 화장을 하는 데 무슨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동서고금 모든 여성의 본능입니다. 그렇기에 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가 한 해 1700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하고, 백화점 1층의 노른자위 매장은 국적 불문하고 화장품 코너가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박근혜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비상대책위가 출범하면서 한나라당이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한나라당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며 “화장발에 속으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예뻐 보이려고 애쓴다는데 굳이 시비 걸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화장을 고치고’에서 왁스는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받기만 했을 뿐/ 그래서 미안해’라고 반성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 해’라고 호소합니다. 화장을 고치면 한나라당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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