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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젊은 세대와 북한

중앙일보 2011.12.30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끝이 났다. 예기치 못한 그의 사망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사건의 중대함에 비해 우리 사회의 반응은 놀랄 만큼 차분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응은 예전과 너무나 달랐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장군님’이라고 불렀다. 물론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이른바 주사파 운동권에서 주로 사용하던 표현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그리 크지 않았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후에는 한총련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조문을 가겠다고 나서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대학가는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하다. 거의 유일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은 서울대학교의 한 학생이 교내에 김정일 위원장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많은 학생들의 강한 비판과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북한을 대하는 젊은 세대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얼마 전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20~30대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행한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이들 젊은 세대가 자라오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건이 천안함 침몰 및 연평도 포격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영향은 특히 20대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30대의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젊은 세대들이 탈냉전과 남북화해 협력의 시기에 성장해 왔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에게 적대적일 수 있음을 사실상 처음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현역 군인이나 예비군으로 직접 전장에 나서야 하는 이들로서는 북한의 적대적 행위를 곧바로 자기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젊은 세대의 대북한 태도가 이렇게 변했다면 우리 사회의 ‘보수’들은 이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긍정적 변화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른바 남남(南南) 갈등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내 이념적 시각의 차이를 반영한다. 보수 세력이 북한을 압박하고 몰아붙여 체제의 붕괴를 통한 통일을 선호하는 입장이라면, 진보 세력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과 상호의존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자는 입장일 것이다. 즉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현재의 북한 정권을 어떻게 바라보며, 또 통일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야 하는가에 놓인다. 보수든 진보든 북한 문제의 최종 도착지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북한관은 기성세대가 지닌 이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보수, 진보의 구분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 8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행한 통일인식조사에서 19~29세 젊은 세대 세 명 중 한 명꼴인 32.5%가 통일이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통일은 마땅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는 우리 사회 내에서 지닌 규범적 속성을 생각한다면 실제로 통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응답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문제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이 ‘격렬한’ 이념 갈등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의 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젊은 세대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관심이거나 혹은 그저 우리와 무관한 ‘남’일 뿐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젊은 세대에게 특별하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며, 북한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보수 꼴통’과 ‘친북 좌빨’ 간의 이념 갈등에 이들이 냉소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은 북한의 권력 교체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우리 사회 내부의 세대적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북한이나 통일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시각 변화가 남한만의 일일까. 아무리 폐쇄적인 체제라고 해도 북한의 젊은 세대들 역시 통일이나 남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쟁이나 냉전을 겪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새 지도자는 29세의 젊은이다. 한동안 원로 그룹에 자문을 해야 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에는 서서히 그의 세대가 지도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함께 통일,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반도 양쪽 모두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세대적 변화에 대해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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