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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중학생 다니던 학교는 공황상태

중앙일보 2011.12.28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권군이 숨지기 전날까지 다녔던 대구시 수성구 D중학교. ‘대구의 강남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명문 학교다. 남녀 공학으로 1978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학년당 8학급씩 전체 24학급에 전교생이 987명이다. 요즘 이 학교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경찰 매일 찾아와 조사
전교생 스트레스장애 검사
교사들도 자책감에 휩싸여

2학년인 권군이 같은 반 학생들의 집단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기 때문이다. 그는 가해 학생들의 집요한 폭행·협박과 절절한 가족애를 낱낱이 기록해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9일 겨울방학식을 앞둔 이 학교는 온통 침묵에 휩싸여 있다. 학교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는 권군의 친구들이다. 평소 함께 뛰놀며 재잘거리던 친구가 자신들 바로 옆에 있던 친구들로부터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서다. 이 학급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유서가 공개된 이후 경찰관들이 매일 학교에 찾아와 회의실에서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유서에 이름이 적혀 있는 권군의 친구 16명도 모두 조사를 받았다. 일부 학생은 운동장에 세워진 경찰 차량만 봐도 놀란다고 한다. 대구시교육청의 심리상담치료팀도 매일 10여 명씩 학교를 찾는다. 시교육청이 이 학교 2학년 학생 331명을 대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검사를 한 결과 15명이 ‘추가로 전문가와 심층면담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또 전교생(987명) 가운데 1학년 21명, 2학년 41명, 3학년 54명 등 모두 116명이 심리적 불안상태를 겪고 있다. 가해 학생인 서군과 우군은 24일부터 등교정지 10일의 처분을 받아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 3의 가해 학생인 김군도 학교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학교 교장도 23일 직위해제됐다. 학교 측은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등 학생들의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도 하고 있다.



 교사들 역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사 40여 명의 대다수가 말문을 닫아 교무실엔 적막감이 흐른다. 숨진 권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자책감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교무실엔 학생지도를 제대로 못했다는 내용의 항의와 비난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학교 이름이 공개돼서다. 이 학교 서모 교감은 “일이 이렇게 되도록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며 “모든 것이 원칙대로 처리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선생님들도 큰 충격을 받아 어쩔 줄 모르고 있다”며 “교사들도 상담을 받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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