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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맞아서 지적장애 … 학교는 어물쩍 매듭

중앙일보 2011.12.28 00:00 종합 20면 지면보기
교사와 학교의 무사안일주의가 학교 폭력의 피해를 본 학생들의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으로 충격을 받은 여중생이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지적장애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학을 간 여중생 A양은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6~7명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발로 배를 걷어차이거나 몽둥이로 맞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전교 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A양은 결국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공간지각력도 떨어져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청예단 관계자는 “A양 어머니가 가해 학생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합의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권위가 밝힌 학교 폭력 사례

 최근 4년간 국가인권위원회가 모은 학교 폭력 관련 상담 사례에서도 학교 측이 폭력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3학년 B양의 어머니는 2009년 어느 날 밤 딸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딸에게서 멍과 상처를 발견한 어머니는 딸이 2년간 상급생에게 매일같이 폭행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급생들은 딸을 화장실로 불러 문을 잠그고 때렸다. B양 어머니는 학교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1차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2차 위원회에서 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한 끝에 가해 학생이 다른 학교로 옮겼다. 고등학교 2학년 C군의 부모는 아들이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자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학교장은 “엄마를 보니 알겠다. 다른 학교로 가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김대철 상담센터장은 “피해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학교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피해 학생은 무섭고 창피해서 학교에 가기를 꺼려하는데 가해 학생들은 떳떳한 모습으로 나온다”며 “가해 학생들을 격리해 상담과 재발 방지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숨진 내 딸 구타 당해” 진정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교 2학년 D양의 부모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D양 부모는 딸이 지난 4월부터 같은 반 학생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욕설을 듣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했으나 학교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D양이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재 D양의 유서에 이름이 적혀 있는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추진 중이나 학부모들의 반대로 인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의혹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민상·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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