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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8년차 바다, 연기도 노래도 물 올랐다

중앙일보 2011.12.28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강한별 역할을 맡은 바다. 뮤지컬 배우로서 관록을 쌓아가고 있다.
가수 옥주현이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했을 때,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한때 라이벌 그룹의 리드 보컬이었고 뮤지컬 배우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SES의 바다(본명 최성희)가 ‘나가수’에 나오면 어떨까.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나가수의 ‘바다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바다는 공연 시간 2시간 20분 동안 나가수의 출연진들이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듯 여러 장르의 노래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낸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가 2008년 초연 이후 일본 공연을 거쳐 3년 만에 재공연되고 있다. 얼굴이 바뀌면 ‘시술’, 인생이 바뀌면 ‘성형’이라고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말했던 것처럼 ‘뚱녀’ 대역가수였던 한별은 전신 성형을 받고 나서 톱가수 제니로 승승장구한다.



 초연에 이어 강한별 역을 다시 맡은 바다는 ‘뚱녀’와 ‘미녀’를 오가며 열연을 펼친다. 표정 연기가 힘든 특수 분장을 하고서도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어 소심한 강한별을 잘 표현해냈다. 미녀로 바뀐 후엔 탄탄한 몸매로 무대를 휘저으며 진성으로 ‘마리아’를 불러 카리스마를 뽐낸다. 관객에 기립을 유도하고 마이크를 객석에 넘기기도 하는 등 뮤지컬 배우 8년 차에 접어든 바다는 ‘배우’와 ‘가수’를 넘나들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는 메시지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한별이 뚱녀에서 미녀로 변신하는 장면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1막 끝의 변신장면은 마치 ‘마술쇼’처럼 꾸며졌다. 바다가 연기로 가득 찬 수술실에서 걸어나오며 ‘뷰티풀 걸’을 노래하는 대목은 이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2막 후반부다.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던 뮤지컬이 갑자기 진중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으려 하지만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한별의 성형 사실이 들통난 후 콘서트장에서 독백을 하는 부분은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다. 특별한 무대장치나 배경 음악 없이 핀 조명 하나만 켜놓고 대사를 읊다 보니 한별이의 슬픔이나 회한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무대장치도 다소 미진하다. 소품을 실은 무대가 양쪽에서 움직일 때 덜덜거리는 소리가 난 것은 옥에티다.



 그럼에도 연말 합리적 가격에 ‘한바탕 즐겨보자’고 생각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초연 때 유료 객석 점유율 80%대를 기록했던 저력이 있는 만큼 흥행성은 검증됐다.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 박사의 코믹 연기는 잔재미를 주고, ‘마리아’ ‘뷰티풀 걸’ 등 검증된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보너스도 있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9만원. 02-2230-6602.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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