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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난 당구인이다

중앙일보 2011.12.28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차유람이 포켓볼 초구를 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다. [이호형 기자]


차유람(24)은 올해 세 가지 삶을 살았다. 당구선수·대학생·방송인. 지난 3월 한국체육대학교 레저스포츠학부 11학번으로 입학해 대학생이 됐다. 또 세계대회 우승을 위해 하루에 네 시간 이상씩 당구장에서 훈련했다. 방송과 화보를 찍는 일도 꽤 많았다. 분주하게 생활하는 차유람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당구를 그만두고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차유람은 27일 경기도 성남시 훈련장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나는 당구선수다. 연예인이 될 거면 애초 당구채를 잡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구선수·대학생·방송인으로 바빴던 차유람



최근 이론 공부시간을 늘린 차유람이 칠판에 그림을 그려 가며 연구하고 있다. [이호형 기자]
 ◆연예인? 당구선수?



 차유람의 방송 출연에는 원칙이 있다. “당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만 출연하는 게 원칙이다”고 했다. 어느 프로그램에 나가든 당구선수 신분으로 출연한다는 조건을 단다. 차유람은 “나를 연예인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앞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포켓 8볼·9볼 부분에서 연달아 8강에 그쳤다. 그가 대표선수가 되자 모두 외모에 관심을 집중했다. 차유람의 부담은 컸고 이 부담을 이겨 내지 못했다. 심리치료까지 했지만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이 실패는 차유람의 목표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그게 바로 당구선수다. ‘연예인’보다는 ‘당구선수’ 차유람이 되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실전보다 이론



 올해는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심리적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대회 때마다 공을 칠 코스를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종종 보여서다. 우선 훈련시간을 줄이면서 이론을 확실히 다졌다. 자세·조준 등에 대해 공책에 빼곡히 정리했다. 하루 내내 훈련을 해도 이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그는 “당구도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장수 당구 대표팀 감독님과 주위 사람들의 말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명심하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또 슬럼프에 빠지면 과감히 당구채를 놓았다. 무작정 훈련만 한다고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 때로는 자학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훈련의 효율성을 생각했다. 지난 10월에도 집중력이 떨어지자 한 달 넘게 당구를 쉬었다.



 ◆11학번 새내기의 도전



 차유람은 학업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2001년 당구선수가 되기 위해 율전중 2학년을 끝으로 학업을 중단한 게 학교를 다닌 마지막 기억이다. 하지만 올해 신입생이 된 뒤로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철학과 역사에 푹 빠졌다.



 그는 “대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일 자체가 신기하다. 설레고 떨리는 한 해였다”고 했다. 철학과 한국사 수업의 학점은 각각 B+와 B.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만족했다.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다. “수업 중 질문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동기들한테 욕을 먹을까 봐 물어보진 못했다. 그 정도로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재밌었다”고 했다.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동기와도 친하게 지내며 캠퍼스 생활도 마음껏 즐겼다.



소속사 IB스포츠의 문대훈씨는 “차유람 선수가 12월 초 동기 네 명과 함께 회사에 찾아왔다. ‘레저스포츠개론’ 수업 발표를 위해 도움을 청하더라”며 “당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라 외로운 경우가 많은데 요즘에는 동기생들이 생겨 뭘 해도 즐거워 보인다. 당구를 하는 데 대학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남=김환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차유람은



■생년월일=1987년 7월 23일



■출생=전라남도 완도



■체격=1m62㎝·47㎏·왼손잡이



■ 학력=율전중(2학년 중퇴), 검정고시 거쳐 한국체육대 입학(2011년)



■ 경력=2005년 한국 여자 3쿠션대회 1위, 2006년·2010년 아시안게임 포켓볼 대표, 2010년 세계 여자 9볼 오픈 우승



■ 가족=차성익(57세)·고소영(48세)씨의 2녀 중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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