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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가계빚·물가 가볍게 봐 … 경제 흐름·수치 다 놓쳤다

중앙일보 2011.12.28 00:00 경제 2면 지면보기
“가계의 구매력 증대와 소비심리 호조에 따른 민간소비의 견조한 증가.”(한국은행)


[스페셜 리포트] 한은·재정부 헛다리 경제 전망 왜

 “소비·투자의 양호한 증가세 지속으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 (기획재정부)



 지난해 말 두 기관이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에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50여 명의 고급 두뇌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한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도 내로라하는 맨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양쪽 모두 올해 경제상황에 관한 한 민망할 만큼 ‘헛다리’를 짚었다.



 한은은 우선 올해 세계 경제가 안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국제유가는 선진국의 석유 재고가 많다는 이유로 별로 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한은이 올해 배럴당 평균 87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했던 원유 도입 단가는 106달러 선으로 전망치보다 20% 이상 올라갔다. 3% 오른다던 기타 원자재값은 그 여섯 배인 18% 뛰었다.



 그래도 이런 대외변수는 예측이 어려웠다고 치고 넘어갈 수 있다. 국내 변수를 짚어보면 사정이 더 답답하다. 애초 한은은 올해 임금상승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상당폭’ 올라가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4.1% 늘어날 것으로 봤다. 기업 투자도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내수·수출이 모두 잘돼 6.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이달 새로 내놓은 전망치(민간소비 2.5%, 설비투자 4.5% 증가)와 차이가 크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지속적으로 못 미치면서 성장과 소비 간 괴리가 심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그런데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사이의 격차는 이미 지난해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란 뜻이다. 건설투자는 아예 거꾸로 짚었다. 올해 1.4%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난해보다 되레 5.3%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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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도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이어지고, 고용·임금 사정이 나아져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4.1%)보다도 높은 4.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건 악화 땐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피해갈 구멍을 뚫어 놓긴 했지만 ‘양호한 소비심리’ ‘원화가치 안정’ ‘대내외 수요 회복’ 등 곳곳에 장밋빛 전망을 담았다.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을 암시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주가가 1% 오르면 다음 분기 소비가 0.03% 늘어난다”는 친절한 분석까지 붙여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2051.00에서 28일 1842.02로 10.2% 하락했다. 9월 26일에는 1652.7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가장 정확한 전망치를 내놨던 삼성경제연구소의 해석은 달랐다. “세계 경제 도처에 금융위기 후유증이 산재해 있어 주요국의 경기 회복이 탄력을 잃고 있다”며 “대외의존도가 더 높아진 한국경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에 대해선 “고용개선 둔화, 가계부채의 이자부담 확대 등으로 증가세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봤다. 물론 삼성경제연구소도 소비자물가가 2.8% 오를 것(실제론 11월까지 4%)으로 내다보는 등 잘못 짚은 부분이 적지 않다. 올 초 세계 경제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자 냉큼 전망치를 4.3%로 끌어올린 것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전반적인 상황 인식은 정부·한은보다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우리 역시 정부·한은의 공식 통계를 기초로 경제전망을 한 것”이라며 “똑같은 현상을 봤는데 정부·한은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올해만 틀렸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성장률(6.2%)도 못 맞혔다. 한은은 4.6%, 재정부는 5%를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애초 전망보다 더 좋았고, 올해는 정반대였다는 점에서 올해 충격이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망한 올해 ‘5% 성장’은 처음부터 달성이 어려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5% 성장을 얘기한 것은 무리한 예측”이라고 비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전망에는 ‘정책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며 “내년 전망(3.7% 성장)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선하·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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