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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최용훈] 누구를 위한 사회보험인가?

중앙일보 2011.12.27 11:37
“사회보장이란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의 구성원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위험이 되는 요소에 대해 보험가입을 통해 행하는 사회안정망으로, 구성원이 반드시 응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중국의 외국인 사회보험제도가입 의무화

중국 정부가 2011년10월15일부로 《재중 취업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 참가 잠행 방법》을 통해, 그동안 자국민에게 우선 적용해 온 5대 사회보험 가입을 중국에서 취업비자(Z비자)를 취득해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전면 의무화하는 조례를 통과했다. 중국의 5대사회보험은 의료, 공상(산업재해), 실업(고용), 생육(출산), 양로보험(국민연금) 이다. 외국인 채용기업들은 외국인의 취업증 취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5대 사회보험 등기수속을 마쳐야 하며 위반시에는 사회보험법, 노동보장감찰조례 등의 관련 법규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된다.



외국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상하이시의 경우 월간 사회보험료 비율은 월 급여의 48% 수준이고, 고용기업과 개인의 부담율은 각각 37%와 11%이다. 양로보험이 월 급여의 30%(고용기업 부담22%, 취업자 개인부담8%), 의료보험 14%(고용기업 부담 12%, 개인부담2%), 실업보험3%(2%, 1%)이고 공상 및 생육보험은 개인부담없이 기업이 공히 0.5%씩 납부한다.







이에 중국에 주재원을 둔 다국적 기업은 급증할 인건비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70여만 교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장 급증할 인건비도 걱정이지만, 중국에서 한국처럼 사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양로보험의 경우, 외국인이 중국에서 15년이상 취업하여 양로보험의 수급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기대하기는 어렵고, 대부분 중도 귀국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이 보험의 혜택을 받기란 사실상 어렵다. 외국인이 귀국한 후 예치금(본인 납부액의 8%)을 환급받으려 해도 매년 생존 증명서를 내야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사실상 수급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외국에서 사직을 하고 중국법인으로 부임한 직원의 경우와 중국에서 법인회사를 운영하는 외국인과 피고용인에 대해 어떠한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의료보험의 경우, 사소한 질병은 의료보험 혜택이 거의 없고, 입원 등 중대 질병에만 혜택이 집중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중대한 질병이 발생하면 의료서비스가 더 발달한 자국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려 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업보험의 경우, 중국에서 해고당하면 외국인취업증과 거류증이 회수당해 강제귀국해야 하는데, 실업보험을 납부하기만 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또한 생육보험의 경우, 한 자녀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심지어 중국의 두자녀 이상을 가진 부모들조차도 불만이 많다. 이처럼 중국인에게조차 잘 시행되고 있지 않은 사회보험제도를 외국인들에게도 돌연 확대한 것은 실로 의아한 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점은 외국인 근로자의 보험료의 이중 납부 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이중 과세와 유사한데, 중국은 현재 한국, 독일과 사회보험 상호면제 협의을 체결한 상태이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파견 근무된 국민연금 가입자는 양로보험비 납부를 면제 받을 수 있고, 양국 정부는 다른 보험에 대해서도 상호면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 면제 협의가 모든 국가와 이루질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도 현재 21개국과만 유사한 협정을 맺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중국정부와 협의를 거치고 있지만, 협의에 소극적인 국가의 국민은 중국에서 취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사회보험 의무화는 공평한 방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첫째로, 외국인의 사회보험 의무화는 국제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관례라는 것이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 주재원을 파견할때, 자국에서 보험을 이미 가입한 상태에서 외국에서도 또 다른 보험을 가입해야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둘째,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 사회보장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든 자국민이든 중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사회보장권익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갑작스럽게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가입 의무화를 실시한 것은 사회보장기금의 자금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의 60세 이상 고령자 수는 2010년 총 인구의 13.26%인 1억 7천 765만 명에 달했고, 2020년에는 2억 4천 8백만명, 2050년에는 4억명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3명의 근로자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꼴이다. 농촌인구를 제외한 4천만명의 도시 노인인구가 양로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함을 고려해보면, 중국의 사회보장기금의 자금 확보는 급박해 보인다. 정부 공식 수치에 의하면 중국의 사회보험기금의 규모는 2010년 말까지 약 143조 원인데, 사회보험 적립금 부족액은 10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法制日?2010년 8월 25일) 게다가 사회보장기금의 90%가 은행에 저축되어 있는데,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낮은 금리로 인해 기금의 수익률은 저조한 상태이다. 또한 외국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의 사회안전망의 확립은 곧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어 내수 증진에도 큰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아직 내수 증진이 저조한 중국에게 사회보장망의 완비는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아쉬운 점은 이번 정책이 외국인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기보다 부족한 사회보장기금을 메꾸고, 중국의 사회보장망을 완비하여 내수시장을 촉진하기 위한 단순 처방조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인에 대해 사회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위한 구체적인 보험혜택에 대한 명시도 없이 강제로 보험료부터 걷기 시작한 중국의 처사는 매우 성급하다. 물론 중국 공민처럼 외국인에게도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국민에게 적용하는 사회보험 범위와 외국인에게 적용해야 할 사회보험은 분명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국근로자은 산재보험만 강제적용되고 건강보험은 강제적용에서 제외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는 귀국시 국민연금 납부액을 상당량 돌려받을 수 있다. 어떠한 사람도 이국땅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퇴직 후 남은 여생을 중국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 또한 중국에서 <외국인 취업증>의 경우 실효기간이 5년이고, 필요하면 매 5년마다 연장을 해야한다. 중국에서 단기로 일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은 비자문제로 인해 귀국해야 하는데 해외에서는 보험금 수령이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외국인에게 중국에서 양로보험과 실업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경제활동이 1국 내에서 영위되느냐 2국 이상의 영역에 걸치느냐에 따라 동등한 지급능력을 갖고, 동액의 수익을 얻고 있는 자가 보험료 지불에 있어서 현저하게 불평등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는 사회보험의 공평부담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재화나 노동의 국제이동 자유를 저해하여 각국의 고용안정과 경제발전의 불균형을 조장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다수의 외국 근로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일한 대안으로 사회보험면제협정의 확대가 있지만 이조차 각국의 사회보험제도가 복잡해지고 경제구조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 협정의 설정은 곤란하며, 현행 사회보험협정은 주로 양국간 협정의 형식을 취한다. 협정에 소극적인 국가에서 온 근로자는 사실상 혜택의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정부가 더 세밀한 검토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 제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한 대안은 외국인의 사회보험제도를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상주하는 외국인이50만명을 넘어섰다(2010년 기준). 그리고 취업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73만명을 넘어섰다(2009년 기준). 이 규모는 왠만한 중국의 중소도시 인구보다도 많다. 충분히 새로운 사회보장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할 만한 규모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 단기체류이기 때문에 의료보험과 공상보험은 혜택을 더 늘리고, 양로보험이나 생육보험 등의 시행은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처럼 외국인에 대해 의료보험과 공상보험처럼 가장 필요한 보험만 의무적으로 가입시키고, 나머지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에서 단기적으로 일하는 외국인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변안전과 건강이다. 비록 중국의 의료보험은 큰 질병에만 혜택이 주어지지만, 만일의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필요하고, 공상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로보험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귀국 시 납부액을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그 어떠한 대안보다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시행세칙 제정과 효과적인 관리이다. 중앙 정부는 10월 15일 부로 외국인에 대해 사회보험을 의무화시키는 법률을 만들었지만, 현재 각 성시의 지방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중국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료 징수는 이미 시작됐다. 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는 무책임한 행동인가. 수요에 맞는 적정한 사회보장이 이루어질때 비로서 외국인 근로자의 실질적 권익이 보장되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중국으로 일하러 올 것이다.





최용훈(=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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