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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 好好 중구구립실버뮤지컬단

중앙일보 2011.12.27 05:17
실버 뮤지컬단원들은 60세가 넘어 새롭게 시작된 인생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왼쪽부터 실버 뮤지컬단원인 김천혜자·정상기(뒷쪽)·이윤영?하승자씨.



노래하고 춤추며 인생 즐기는 평균 70세 ‘무대 위 청년들’

 “자, 집에서 연습하실 수 있도록 박자를 기억해두세요. 음악 나갑니다, 원투~” 충무아트홀(중구 흥인동) 지하 1층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뮤지컬 배우들의 춤 연습이 한창이다. 안무가의 구령에 맞춰 춤을 추는 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극단의 이름은 ‘중구구립실버뮤지컬단’이다.



 실버뮤지컬단은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준 프로뮤지컬단체다. 2009년 7월 창단됐고 창단 2년 만에 거창실버연극제에서 금상과 뮤지컬연출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실버 세대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아름다운 인생’으로 수상했다.



 실버뮤지컬단이 ‘아름다운 인생’ 다음으로 준비하는 공연은 내년 2월에 막을 여는 ‘코러스라인’이다. OBS 경인TV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프로그램 ‘하바나’에 출연 중인 방송인(이혁재, 김기수 등)들과 같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무대를 위한 연습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노래와 춤 연습을 한다.



 새로운 춤을 배우는 과정이라 서툴긴 하지만, 그래도 뮤지컬하면 나옴직한 화려한 동작들이 제법 등장한다. 노래는 물론이고 춤과 대사까지, 젊은 사람들도 힘든 일이지만 실버뮤지컬 단원의 배우들은 공식연습이 끝난 후에도 따로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든 것도 모르겠다”는 것이 배우 이윤영(79·중구 신당동)씨의 말이다. “첫 공연 연습을 할 때도 그랬다”는 이씨는 “마치 꿈속에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예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땐 하모니카 밴드에서, 중·고등학교 때는 브라스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또 고등학생 시절엔 뮤지컬 영화에 푹 빠졌다. ‘파리의 아메리카인’과 ‘싱잉 인 더레인’을 보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을 이룬 것은 정년퇴임 후, 2007년 중구어린이문화예술학교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연극교실 오디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대형기획사에서 여는 뮤지컬 ‘러브’의 오디션에 붙으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도 섰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노인들이 모여 있는 행복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젊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다. 당시 처음으로 신문사인터뷰를 했다는 이씨는 “이 나이에 어떻게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냐는 질문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 대답했다”며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김천혜자(67·신당동)씨와 하승자(67·신당동)씨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연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딴따라 패’라며 반대하는 어른들 때문에 꿈을 펼치는 일은 엄두도 내지못했다. 이들 역시 어르신 연극교실 오디션을 거쳐 실버뮤지컬단에 들어왔다. 김씨는 요즘에도 틈만 나면 오디션을 본다. “오디션을 준비하다 보면 긴장이 되고 활력이 생긴다. 마치 몸에 좋은 약 같다”고 김씨는 말한다. 또 그는 “많은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인생의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버뮤지컬로 제2의 인생 막 열어



 같은 뮤지컬 단원인 정상기(70·중구 충무로2가)씨는 이들과 조금 다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자라 졸업 후에는 서울시공무원으로 30년을 지냈다. 그 시절에는 그게 최고인줄 알았고 자부심도 있었다. 퇴직의 시원섭섭한 기분을 하고 싶은 운동과 여행을 하며자유롭게 살겠다는 계획으로 달랬으나, 골프를 하다 허리를 다치며 그마저도 무산됐다. 그때 우울증으로부터 그를 구원한 것은 바로 노래였다. 친구의 권유에 의해 따라간 노래교실에서 가곡을 부르며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 그러던 중 신문에서 실버뮤지컬 단원을 뽑는 걸 알게 됐고 오디션을 본 후 정식 단원이 됐다.



 정씨 역시 이윤영씨와 마찬가지로 뮤지컬‘러브’의 오디션에 합격했다. 다른 사람보다 노래가 월등하지 않으니 연기에 더 힘을 실었고, 결국 극의 첫 대사를 하는 역할을 따냈다.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황홀한 시작이었다”고 정씨는 말한다. 그의 내년 목표는 ‘춤’이다. “연기는 A급이고(웃음), 노래는 즐거운데 춤은 아직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내년 2월에 막을 열 ‘코러스라인’에선 춤도 추고 노래와 연기도 해야 돼 더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엔 따로 춤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있다.



 하승자씨에게도 춤은 어려운 숙제다. 어렸을 땐 노래도 잘 부르고 영화 속 여주인공 흉내도 그럴 듯하게 내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60세가 넘어서 시작한 뮤지컬은 대사도 외워야 하고 노래와 춤, 그리고 무대 위의 동선도 기억해야 돼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춤과 노래를 제대로 끝냈을 때, 사람들이 우릴 보고 박수 치며 환호한다”는 하씨는 “그럼 신이 나서 더 잘한다. 뮤지컬 덕에 집중하며 머리를 쓰고 있어서 치매는 안 걸리겠다”며 웃었다.



<이세라 기자 slwitcj@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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