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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2011.12.27 05:09
대한적십자사 산하 아마무선봉사회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덕찬?송은미 부부.



아이티 지진, 동두천 호우 피해…내 몸 같은 무선장비 챙겨 재난현장서 보낸 1만 시간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그 와중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온전히 일년을 쏟아 붓고 사랑의 손길을 전하며 뜻 깊은 한 해를 보낸 이들이 있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사 전덕찬?송은미 부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24시간 뉴스 채널을 켜 놓고 속보가 없나 살핍니다. 폭우나 폭설이 예상되면 핸디형 무선 통신장비를 머리맡에 두고 잡니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아마무선봉사회에서 활동 중인 전덕찬(57·송파구 석촌동)씨의 1년은 온전히 ‘봉사’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인테리어 설비 업체를 운영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개점 준비보단 봉사활동이 언제나 먼저다. 여름에는 비 피해, 겨울에는 폭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늘 출동 대기 상태다.



 전씨가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시작한 것은 1994년. 대한적십자사 산하 아마무선봉사회장을 맡으면서다. 이 때부터 봉사가 최우선인 생활을 해왔다. 아내 송은미(56)씨는 이런 남편을 만류하기는 커녕 “봉사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 것”이라며 본인도 10여 년 전 무선통신사 자격증을 따고 봉사에 합류했다.



 무선통신은 재난 구호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장비다. 아마추어무선통신사들은 고립지역에 들어가 바깥과 교신하는 봉사 요원으로 활동한다. 누적봉사 시간만 1만 시간에 이르는 전씨는 지난 10일 열린 송파구자원봉사자대회서 ‘소나무금상’ 표창도 받았다. 전씨는 “상을 계기로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통한 봉사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더 많은 활동가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붕괴사고부터 아이티 지진, 우면산 산사태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재난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아이티 지진 때는 동료들과 함께 시신을 발굴하는 장면이 AP통신을 통해 전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6·25 참전용사를 위한 사랑의 집짓기’와 동두천 호우 피해 현장이다. 지금은 백발이 된 필리핀인 참전용사가 두 손을 잡고 감사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차다. 수해 주민과 함께 운 기억도 지워지지 않는다.



 옛날엔 ‘미쳤다’ ‘쓸데 없는 짓만 하고 돌아다닌다’ 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어느 새 출동 준비부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재난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난데, 내가 가야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재난현장을 지킬 겁니다.”



치매 노인 돌보는 가족봉사단, 나윤이네



 김나윤(18·강남구 일원동)양의 가족은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가는 곳이 있다.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와 ‘목련데이케어센터’다. 가정지원센터에서 마사지 교육을 받고 데이케어센터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발을 마사지해 드리는 일을 한다. 목련데이케어센터에는 저소득층 가정의 치매 노인들이 있다.



 봉사활동이 있는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사지 봉사가 우선이다. 제부도 보건진료소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탓에 자주 집에 오지 못하는 엄마 장해영(51)씨도 열 일을 제쳐두고 집으로 온다. 직장생활에,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아빠 김용태(50)씨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함께 나선다.



 올 초, 가족 봉사를 제안한 것은 나윤이다. “혼자서 봉사 활동을 할 때는 ‘시간을 때운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가족과 함께하면 진심을 담아 봉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봉사 초기, 가족봉사단을 낯설어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젠 조금씩 이들을 알아보고 반긴다. 둘째 동생 영은(16)이는 “말도 잘 못하시지만 정성껏 발을 닦아 드리고 마사지를 해드리면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며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고맙다 고맙다’ 하시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막내 종연이(12)도 마사지 봉사를 하고 오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마사지 하기 힘들지 않아요. 할머니께 해드리고 오면 기분이 좋으니까 저도 얻어 오는 거죠”



 내년이면 고3이 되는 나윤이는 예전같이는 못하겠지만, 내년에도 되도록이면 자주나갈 생각이다. “봉사하는 동안은 오로지‘도와준다’는 생각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공부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기분도 좋아져요.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일이 되거든요.”



 장씨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족 봉사를 자주 추천한다. 그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이 된다”며 “가족이 함께 활동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가족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라고 전했다.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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