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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재테크 대흉년’에 급부상한 ETF … 돈 적은 개인도 기관처럼 투자

중앙일보 2011.12.27 03:30 Week& 2면 지면보기
‘무주식 상팔자’라던 올해, 4조원이 몰린 펀드가 있다. 펀드 개수가 지난해 말 64개에서 올해 말 108개, 두 배로 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나 일본 대지진 같은 큰 일이 벌어지면 거래량이 많게는 열 배로 급증하기도 한다. 바로 상장지수펀드(ETF) 얘기다. 지수 수익률을 좇는 인덱스 펀드에 개별 종목의 특징을 더한, 주식 같은 이상한 펀드가 올해 증권투자의 대세였다. ETF를 띄운 건 롤러코스터 주식시장이다.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세계 1위 파생상품 대국의 위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모습이다. 투기성 강한 상품 위주로 ETF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부작용과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레버리지는 ETF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도 ETF는 이미 뮤추얼펀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투자수단으로 뿌리내렸다. 적은 돈으로 쉽고 싸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산이라는 뜻에서 전문가들은 가장 ‘민주적인’ 금융상품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한국거래소는 ‘세계가 인정한 21세기 최고의 간접투자상품’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Exchange Traded Fund’라는 불친절한 영문 이름을 갖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다지 불친절하지 않은 ETF 투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스페셜 리포트] 새해엔 ETF 하나 골라 투자해 볼까

김수연·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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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함께 오르내려…올해는 마이너스 행진



지수형




지수형 ETF의 올해 성적표는 초라했다. 주식시장이 나빴으므로 ‘정직한’ 지수형 ETF의 수익률도 마이너스 일색이다. 코스피 200 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ETF들의 19일 기준 1년 수익률을 보면 KODEX 200(-10.15%), KOSEF 200(-10.16%), TIGER 200(-10.09%), KINDEX200(-10.49%) 등이다. 그래도 지수형은 ETF의 기본이자 고전이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지수형 ETF를 조금씩 모으는 것이 장기·정석 ETF 투자”라고 말한다. 시장의 장기적 상승 추세를 믿는다면 매달 일정액으로 지수형 ETF를 사는 ‘적립형’ 또는 ‘5년 안에 지수 ETF 1만 주를 모으겠다’는 식의 ‘목표형’ 투자를 하면 된다.



 지수형 ETF는 누가 운용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세하나마 수익률 차이가 있다. 지수보다 약간 나은 수익을 위해 다른 종목을 일부 편입하는 등 일부러 추적 오차가 나게 하는 경우도 있고, 기술이 부족해 완벽히 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수료 차이도 있다. 지금은 사소하지만 오래 누적되면 큰 수익률 차이가 될 수도 있다. ETF 이름 앞에 암호처럼 붙은 것은 운용사 브랜드다. GIANT는 대신자산, KINDEX 한투운용, CODEX 삼성자산, COSEF 우리자산, KSTAR KB자산, TIGER 미래맵스자산, 아리랑 한화자산 등이다. ETF는 펀드지만 창구에서 투자위험에 대해 설명을 듣는 과정이 없다. 그 때문에 누가 운용하는지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브랜드화한다는 설명이다.





‘KODEX 자동차’ 수익률…올 21.2% 재테크 MVP



섹터형·테마형 




올해 최고의 ‘재테크 MVP’ 자리를 꿰찬 투자자산은 ‘KODEX 자동차’다. 19일 기준 1년간 21.2%의 수익을 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지역·유형을 망라한 모든 공모형 펀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 및 원자재 상승률도 웃돌았다. 이 ETF는 ‘KRX 자동차 지수’ 상승률을 좇도록 설계됐다. 거래소 시장의 업종 분류 가운데 ‘운수장비업’에 속한 자동차 관련 종목과 자동차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30% 이상) 종목으로 구성된다. 현재 현대차(26%), 현대모비스(22%), 기아차(21%), 한국타이어(14.5%) 등을 편입했다.



 이렇게 특정 업종 지수를 따라가는 것이 섹터형 ETF다. 기관투자가들은 특정 업종의 상승률을 쫓아가려고 이런저런 종목을 섞어 담은 ‘바스켓’을 만든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섹터 ETF가 이런 걸 개인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식시장 반등이 예상될 경우 증권업종이 가장 앞서서 오를 것으로 본다면 이 업종의 ETF를 사는 것 등이 대표적인 활용법이다.



 테마형은 상장을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ETF의 고유 특성만 제외하면 뮤추얼펀드 테마형과 성격이 거의 같다. 대체로 수익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역시 자동차 업종을 담은 ‘GIANT 현대차’가 연 수익률 10%대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 테마형 ETF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 때문에 운용기간이 1년이 채 못 되는 펀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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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접근 힘든 채권…금·석유·곡물도 투자 



채권형·원자재형




날이 갈수록 계속 오르는 신기한 ETF가 있는데, 바로 채권형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의 속성을 반영한다. 금리가 단기에 급등락하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적이다. 단위가 크거나 매매가 여의치 않아 채권투자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인도 채권형 ETF로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아직은 개인보다는 기관이 채권 ETF의 주요 투자자다. 하지만 은퇴자산 마련 등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섭게 올랐다는 금, 하지만 개인이 직접 금 실물을 사고팔기는 어렵다. 거래 비용이 많아 값이 올라도 수수료·세금을 떼면 손에 쥐는 건 적다. 금 ETF로는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금은 환 변동 위험도 있는데, 종목명 뒤에 ‘(H)’가 붙은 ETF는 펀드 안에서 환 위험을 헤지한다. ‘KODEX 골드선물(H)’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7.5%로 올해 수익률 선두권이다. 금뿐 아니라 은·구리·석유·콩 등 생소한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펀드 규모가 50억원보다 작거나, 하루 거래량이 수백 주밖에 되지 않는 것도 많다. 국내 운용사가 못 미덥다면 미국 증시 등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단타 매매 위해 설계…장기 보유 땐 손실 위험



파생상품형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후 나온 그날의 거래 기록에는 이상한(?) 종목들이 상위에 올랐다.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인버스’가 이날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기준 2, 3위였다. 사망 소식에 지수가 급락했지만 곧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여기 걸려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인버스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난다.



 이렇듯 파생상품형 ETF는 시장에 대형 충격이 있을 때마다 거래가 폭발해 화제를 몰고 왔다. 10여 년 지지부진했던 ETF를 대중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하루 중 주가상승의 2배 수익을 내는, 뻥튀기형 레버리지 ETF가 인기다.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후 거래가 터졌다. 개인이 ELW(주식워런트증권)를 하지 못하도록 한 예탁금 1500만원 규제도 ELW 투자자들을 레버리지 ETF로 몰았다.



 단타에 적합하기 때문에 기간수익률은 의미가 없다. 원래 레버리지ETF는 지수 상승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를 위해, 인버스 ETF는 우량주 투자자의 일시적인 주가하락 위험을 덜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다. 하지만 과열이 지나쳐 만든 운용사조차 부작용을 우려한다. 투자자들의 대다수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시장이 한 배 오르면 나는 두 배 수익을 낸다’는 막연한 감으로 사고판다는 것이다. 특히 레버리지는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내도록 설계된 것이지, 기간 누적 수익률이 2배는 아니다.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계속 보유했다면 큰 손실이 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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