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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재미 ‘두 마리 토끼’ 잡을 적성에 맞는 학과 이제야 찾았어요

중앙일보 2011.12.27 03:21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학과에서 제가 왕언니예요. 늦은 나이 전문대 도전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죠. 인생을 한 바퀴 빙 돈 느낌이랄까. 이제야 내 적성을 올바르게 찾은 듯 해요.” 정유나(34)씨는 내년 2월 수원여대 치위생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4년제 대학 가정학과를 졸업한지 11년 만에 학사모를 다시 쓰게 됐다. 이달까지 치위생사 국가고시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내년 2월 있을 보건교육사 자격증 준비에 다시 ‘파이팅’을 외쳤다.


늦깍이 전문대학생 2인



시민단체·병원 퇴사



정유나(34·수원여대 치위생학과 3학년)씨
한국에는 치과 간호사가 없다. 치과를 가면 얼핏 간호사처럼 보이지만, 구강스케일링·방사선촬영과 같은 치과의 진료보조업무들은 모두 치위생사들의 몫이다. 정씨는 “치위생사는 예방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직 인력”이라며 “최근 치과진료에서 예방치료가 중요해지면서 치위생사의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도 치위생사를 단순 진료보조자가 아닌 전문직으로 바라봐준다”며 “치위생사에 대한 생각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정씨가 치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0년 전이다, 1999년 2월 4년제 가정학과를 졸업 한 뒤 첫 직장은 여성 관련 시민단체였다. 보람도 크고 뿌듯한 일이었지만 업무의 강도, 보수 등 생활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가 벽으로 다가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과연 내 적성을 올바르게 살리고 있나’라는 고민도 커졌다. 그 때 행정실장 일을 시작하며 치과와 첫 인연을 맺었다. “행정업무라 해도 치과 진료 과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되거든요. 어깨 너머로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죠. 그런데 점점 재미가 붙더라고요.” 행정업무는 물론 상담업무까지 겸하게 됐다. 환자들의 웃음을 보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들으면서 보람도 커졌다.



 본격적으로 진료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6년엔 간호조무사·치과 코디네이터 자격증을 땄다. 조카들에게 치위생사를 추천해준 것도 이 때다. 정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고민을 조카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기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죠. 어설프게 4년제 대학을 선택하는 것보단 졸업 후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문대를 추천했어요.”



 정씨도 고민끝에 2009년 수원여대 치위생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더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되니 열정도 생겼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치위생사로서 환자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힘이 솟아요. 전문직 종사자로서 당당하게 내 길을 갈 겁니다.”



4년제 대학 자퇴



윤빛나(26·경인여대 피부미용학과 1학년)씨
고교 졸업 후 2년의 직장생활, 4년제 대학 입학, 그러나 2년 만에 자퇴. 3년 간의 방황. 윤빛나(26·경인여대 피부미용학과 1)씨가 걸어왔던 지난 7년이다. 실수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것이 젊음이라고 했다. 지금 윤씨는 환하게 웃는다. 피부미용사라는 꿈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전문대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윤씨는 고교 졸업 후 집안사정으로 돈을 벌었었다.그러나 대학을 다니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 수능을 준비했고, 내 적성에 맞는 학과인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떤지를 고민할 여유도 없이 성적에 맞춰 4년제 대학 생명공학과에 입학했다. 결국 2년만에 자퇴했다. 윤씨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었다”고 돌아봤다. 대학 자퇴 후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후회의 연속이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윤씨가 피부미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평소 잡지·신문을 보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직업으로까지 고민해보진 않았었다. 그러다 피부미용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능력만 있다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넓다”는 조언을 들었다. 피부미용 전문회사 취업은 물론 개업을 할 수도 있고, 화장품 회사, 교직까지 진출영역이 넓었다. 능력에 따라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 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이 다시 보였다. “4년제 대학을 자퇴하면서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는 후회를 많이 했어요.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면 전공을 살려 내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피부미용학과가 개설된 전문대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떤 대학은 입학 때부터 네일·두피·피부·헤어 4가지 분야 중 전문분야를 정해 배우는데, 제한 없이 배울 수 있는 대학을 찾았죠. 또 적성에 안 맞아 대학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거든요.”



 윤씨는 “실습이 많아 힘들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쉴 틈도 없이 수업이 이어지기도 일쑤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하고 가볍다. “어렵게 다시 선택한 길, 잘 살려볼 겁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일만 남았어요. 파이팅~”



 정현진 기자

사진=최명헌·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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