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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폼클렌징 이젠 화장품

중앙일보 2011.12.27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국내에서 새로운 원료 물질을 쓴 치약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제품 심사를 위한 서류 작업에만 통상 6개월이 걸린다. 심사 준비 비용은 1억~3억원 정도가 든다.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의무적으로 사전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의약외품 규제 완화 추진

 현재 의약외품인 치약·치아미백제·폼클렌징 등을 화장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화장품 산업과 경쟁 정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안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의약외품은 모두 10가지다. 치약 외에 치아미백제·데오도란트(땀 발생 억제제)·여성청결제·폼클렌징·여드름 비누·제모제 등이 포함됐다. 모두 신제품 출시 때 사전 심사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품목이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선 이들 제품을 모두 화장품으로 분류한다는 것. 공정위 박재규 시장구조개선과장은 “세계 각국에선 화장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품목을 우리만 의약외품으로 분류함으로써 규제가 엄격해졌다”며 “이 때문에 해당 시장의 성장이 제약되고 제품 가격이 오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까다로운 현행 화장품 표시·광고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의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개발한 제품도 의사의 지위를 활용해 광고할 수 없도록 한다거나 ▶사용 전후의 시험 결과를 근거로 한 광고를 단속하는 사례 ▶제품 광고에 리페어(repair)·세포·유전자·아토피 등의 단어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하는 지침 등을 예로 들었다.



 박재규 과장은 “현재의 단속 관행은 특정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광고 금지 조치를 내리기 때문에 제품 홍보에 제약이 많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로레알 그룹은 랑콤의 신제품 ‘제니피크’를 출시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젊음은 당신의 유전자에 있다(Youth is in your genes)”는 광고 문구를 제작했지만 유독 한국에선 이 광고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 ‘유전자’라는 단어 때문이다.



 공정위는 또 ▶사전 심사에 따른 비용·시간 부담이 막중한 기능성 화장품 제도를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15mL 이하의 화장품에도 제조연월일 표시를 의무화해야 하며 ▶견본품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견본품’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식약청 김미정 연구사는 “공정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화장품 표시·광고 단속을 보다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의약외품(醫藥外品)=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쓰는 의약품보다는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물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따로 정한 분류 기준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사람·동물의 질병 치료나 예방에 쓰이는 섬유·고무 제품,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하거나 직접 작용하지 않는 물품, 전염병을 막기 위한 살균·살충제 등이 포함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목욕용품은 화장품에 분류되지만 여드름 예방용 비누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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