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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가 김치만 못 살게 굴어요” 한식당들 아우성

중앙일보 2011.12.27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칭 김치 애호가다. 그는 2008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불고기와 김치는 내가 좋아하는 점심 메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환대받은 김치가 뉴욕에선 찬밥 신세다. 냉장 보관 규정 때문이다. 김치처럼 절여서 만드는 서양식 장아찌인 피클은 괜찮은데 김치만 규제 대상이 됐다.


‘5도 이하서 보관’ 규정 적용
상온서 익히다가 벌점 받아
똑같이 절이는 피클은 제외

 김치의 수난은 뉴욕시가 시행 중인 음식점 위생 등급제에서 비롯됐다. 뉴욕시는 김치를 ‘차가운 음식’으로 분류하고, ‘차가운 음식은 섭씨 5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했다. 김치를 잘 익히기 위해 상온에 보관하던 한식당에 비상이 걸렸다. 한식당 덕향은 위생검사에서 벌점 7개를 받았다. 이 식당의 리디아 박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뉴욕 검역관이 김치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한국 식당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위생 등급을 음식점 밖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어 김치 때문에 한식당이 무더기로 불량 음식점이 될 판이다.



 한식당의 아우성이 커지자 정부 기관이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26일 81개 김치 샘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청원서를 뉴욕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치는 산성도(pH)가 4.6도 이하여서 상온에서 보관해도 부패 염려가 없다는 내용이다. 뉴욕 aT센터의 오형완 지사장은 “비슷한 식품인 이탈리아의 피클은 온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고 말했다. 뉴욕시의 회신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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