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험설계사 없애 사업비 최소화한 게 수익률 최고 비결

중앙일보 2011.12.27 00:10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 6일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 사이트의 접속이 마비됐다. 전날 이 단체가 발표한 ‘변액유니버설보험 상품 비교평가’ 결과를 확인하려는 소비자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변액유니버설보험 평가 1위
카디프생명 CEO 에르베 지로동

22개 생명보험회사의 38개 변액유니버설보험 상품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첫 시도였다. 변액보험의 가입자는 무려 734만 명, 보유계약은 334조원에 달한다.



 보험 소비자의 관심이 쏠린 이 평가에선 낯선 이름이 유독 눈에 띄었다. 모형수익률, 누적수익률(주식형), 가격경쟁력은 물론 종합평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카디프생명이었다.



이 회사 상품이 보험료에서 떼는 사업비 비율(4.46%)은 가장 낮고, 누적수익률(153.59%)은 가장 높았다. 전체 생보사 중 자산순위 18위(2조4000억원)의 소형사가 수십 배 덩치의 대형사를 제쳤다.



 이름도 익숙지 않은 작은 생보사가 궁금했다. 2006년 취임한 뒤 한 번도 언론을 만난 적 없다는 프랑스인 최고경영자(CEO) 에르베 지로동(55·사진)은 다소 수줍어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카디프생명이란 이름이 낯설다. 어떤 회사인가.



 “프랑스의 BNP파리바라는 큰 그룹 소속이다. 모기업인 BNP파리바카디프는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선 주로 ‘카디프’란 브랜드로 통한다. 2002년 신한은행과의 합작사인 ‘SH&C생명보험’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은행 고객에게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카슈랑스’ 전문 생명보험사다. 2009년 9월 이름을 ‘카디프생명’으로 바꿨다.”



 -광고를 한 번도 안 했다. 브랜드 알리기에 관심이 없나.



 “브랜드를 알리는 것보다는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이다 보니 고객보다는 제휴사(은행)에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모션에 쓸 비용을 절약해 상품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디프생명의 ‘그랑프리변액유니버셜2’가 이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예상한 결과인가.



 “변액보험은 장기투자 상품이다. 따라서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한다. 그랑프리의 경우 사업비가 낮다 보니 투자에 투입되는 금액이 많고, 자연히 수익률도 좋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펀드 구성도 강점이다. 변액보험 업계 최초로 가장 많은 19개 펀드로 구성돼 있다. 물론 지금은 일부 다른 보험사도 펀드 숫자는 따라왔다. 하지만 국내외 주식, 채권은 물론 원자재·곡물·금까지 투자할 수 있는 알찬 펀드 구성은 우리가 가장 앞선다.”



 카디프생명이 사업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설계사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팔기 때문이다. 카디프생명엔 설계사가 한 명도 없다. 대신 2003년 방카슈랑스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면서부터 방카슈랑스 영업만 전문으로 해왔다.



 -아무리 생명보험업계에서 방카슈랑스가 보험 설계사를 제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은 설계사에 익숙하다.



 “설계사는 네트워크와 고객정보를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사실 많은 고객이 브랜드가 주는 안정성 때문에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빅3(삼성·대한·교보생명)를 선택한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원스톱 금융상품 쇼핑’이 가능하다. 또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미래에는 방카슈랑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형사들까지 방카슈랑스에 뛰어드는 것도 이러한 시장 변화 때문이다.”



 -은행과 같은 지주사 안에 포함된 보험사들과 경쟁하려면 불리하지 않나.



 “전혀. 한국 방카슈랑스 시장은 매우 개방돼 있다. 예컨대 프랑스에선 같은 지주사 안에 은행과 보험사가 모두 있으면 그 은행은 아예 자기네 보험사 상품만 취급한다. 그런데 한국은 은행 한 곳이 17~20개 보험사의 상품을 판다. 한국이 훨씬 더 경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제대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