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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노르웨이선 멈출 때까지 “스톱” 외친다

중앙일보 2011.12.27 00:09 종합 6면 지면보기
노르웨이 초·중·고생들은 학교폭력을 목격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멈춰(stop)”라고 외친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받아온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몸에 밴 결과라고 한다.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의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이다. 노르웨이가 이를 도입한 건 1982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뒤였다. 학생들 스스로도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학급회의를 수시로 연다. “우리는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는다. 괴롭힘당하는 학생을 돕는다”는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노르웨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멈춰’ 교육을 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 덕에 학교폭력이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탈출구 없나 <上> 피해자 방치하는 사회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대처할 방법을 배우지도,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자살한 대구 권모(13·중2)군은 유서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경찰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보복이 너무 두려웠다”고 적었다. 권군을 대신해 학교에 신고하려는 친구에게는 “나 맞아 죽는 거 보려고 이러느냐”고 오히려 만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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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학교폭력을 신고한 뒤 당하게 될 보복에 대한 학생들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피해당한 친구들은 선생님께 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보복당할까 봐 말을 못해요. 게다가 일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이 도는 친구들과는 저절로 멀어져요. 걔랑 친하면 똑같은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부산의 중 3년 이모양)



 이런 상황은 설문조사로도 확인된다.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학생 10명 중 6명은 “모른 척한다”고 답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말 초·중·고생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같이 피해를 당할까 봐(27%) ▶관심이 없어서(25%) ▶어떻게 할지 몰라서(24%)가 모른 척하는 이유다. 막상 학교에 신고해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는 것도 문제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전체 학생 앞에서 “너희 중 몇 명이 따돌림을 한다고 들었다. 한 번만 더 하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며 피해 학생의 ‘신고’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도 흔하다. 학교마다 폭력 전담 교사를 두고 있지만 그 전문성이 떨어진다.



 물론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산의 김모 교사는 “가해 학생들은 집에서도 포기한 아이들이 많다”며 “사리분별이 안 되기 때문에 처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경찰에서도 훈방이 대부분이어서 지도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쉽게 알리지도 못한다. 부모가 흥분해 사태를 더 키울까를 걱정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한마디로 뾰족한 탈출구가 없다. 최근 5년간 가정 불화, 성적 비관, 학교폭력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 735명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못 찾은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장과 교사에게 책임만 묻기보단 적극적으로 폭력 사례를 찾아내고 대처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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