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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 길목 호르무즈서 군사훈련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이란이 핵 개발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에 대항해 걸프해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미국 원유수입 금지에 대항
잠수함·어뢰·무인기 동원
미 함정에 접근 가능성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 인터넷판 등은 “24일(현지시간)부터 이란 해군이 석유 운송 요충지인 걸프해 입구 호르무즈해협에서 열흘 일정의 훈련에 돌입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또 “이번 훈련에서 이란 군함이 미국의 해군 함정에 아주 가까이 접근할 수도 있다”고 훈련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작전은 ‘벨라야트-90’으로 명명됐다. 훈련 지역은 호르무즈해협과 아라비아반도 남단 앞바다 등 2000㎞에 이른다. 훈련에는 다양한 급의 잠수함, 전투함, 지대함 미사일, 어뢰, 무인기 등이 동원되고 있다. 이란 해군 사령관 아미르 하비볼라 사야리는 “이번 훈련은 우리 군의 기량과 방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벌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TV가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의 원유수입 금지 조치 등 강력한 핵 제재에 반발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추가 제재 법률(국방수권법)이 의회를 통과한 미국을 비롯 영국·프랑스·캐나다 등이 이란중앙은행과 거래 금지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이에 이란은 평화적 용도의 핵 개발이라고 항변하면서 핵 프로그램 관련 갈등이 불거질 경우 석유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엄포를 놨다. 지난 12일에는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폐쇄 능력을 점검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일부 강경파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이란의 핵 시설을 위협할 경우 호르무즈해협 해상 수송로를 봉쇄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조사 결과 2009년 세계 모든 해상 운송 석유의 3분의 1 정도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미 군함은 유조선의 안전한 통과를 위해 이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앙숙관계였던 이웃국가 이라크와 군사·안보 유대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산 피로우자바디 이란군 참모총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지 일주일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이란은 현재 이라크와 군사 및 안보 유대를 확대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은 “성명이 미군과 연합군의 철수를 ‘이라크 국민과 정부의 저항과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미군 철군 이후 혼란을 틈타 이란이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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