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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아픔 준 동일본 대지진 1면 … 다시 만들었습니다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14면 지면보기
평소엔 경이롭기만 하던 자연이었습니다. 올해는 달랐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은 인간의 반칙에 경고를 했습니다. 2월 뉴질랜드 강진을 시작으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10월 터키 대지진, 태국을 집어삼킨 홍수 등 3000건이 넘는 온갖 자연재해가 우리 행성을 요동치게 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재해마다 수백 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터전을 잃었습니다. 자연재해로 3500억 달러(약 403조원)의 피해가 났다고 재보험회사인 스위스 리(Swiss Re)가 밝혔습니다. 중앙일보는 자연의 경고만큼 준엄한 독자의 꾸중 앞에 올해의 보도를 반성합니다.


2011 바로잡습니다
소설 제목 빌린 ‘일본 침몰’
일본인에게 본의 아닌 상처

이렇게 만들었던 1면 3월 12일자(左), 이렇게 바꿨습니다(右)


3월 11일 최악의 강진(규모 9.0)이 덮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최초 보도 지면(12일자 1면)을 다시 편집합니다.



 당시 일본에는 쓰나미가 덮쳐 원전마저 부서졌습니다. 외신에선 ‘센다이 해변서만 시신 300구 무더기 발견’ ‘게센누마 도시 전체가 불바다’라는 속보가 이어졌습니다. 사진으로 본 일본에선 비행기가 물에 떠다니고, 한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본지는 이런 처참한 상황을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일본 침몰’이란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영화와 소설의 제목이었습니다. 그게 현실을 비유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재앙으로 힘들어하는 일본 국민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줬습니다. 인류애를 우선시하는 본지의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일본인의 아픔을 다독이지 못하고 자극적으로 접근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늦었지만 다시 지면을 내놓습니다. 아직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일본 국민을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치=올해는 민심도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해였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뒤흔든 재스민 혁명이 그랬습니다. 국내에선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시민들은 ‘우라질’을 연발하는 세종 같은 정치인을 원했습니다. 친근하면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해주길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표출된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10·2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이런 여론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10월 20일자 1면과 10면에 보도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그랬습니다. 자체 조사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45.9%의 지지율로 42.3%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앞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의 세 차례 조사(9월 17일, 10월 1일, 14~15일)에서 박 후보에게 뒤지던 나 후보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첫 역전에 성공했다는 해설을 붙였습니다. 실제 선거 결과(박 후보 53.2%, 나 후보 46.5%)는 달랐습니다. 예측에 실패한 것입니다. 휴대전화가 포함되지 않은 집 전화 위주의 설문이라는 기술적 한계를 계상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 기법을 개선하고, 보도할 때도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경제=5월 13일자 E3면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사실상 무산’이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을 보류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 표류하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론스타에 대한 사법처리가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됐습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재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래 상황에 대한 섣부른 예측과 단정은 금물이란 사실을 되새깁니다. 4월 20일자 E7면 ‘011·016…7월부터 못 씁니다’ 기사도 비슷한 교훈을 줬습니다. KT의 2세대 서비스가 종료되면 011 등 ‘01X’ 번호 이용자들은 반드시 가입의사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KT의 3세대 서비스로 전환해도 이후 3년간 01X 번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제=확인한 사실이 뒤집혔다 다시 확인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독자에게 혼란을 주게 됩니다. 10월 10일자 1면에 ‘13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긍정적인 입장표명이 있을 수 있다’는 기사가 단독으로 보도됐습니다. 당시 본지는 우리 정부로부터 비공개리에 미사일 사거리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한·미 당국에 대한 후속취재를 통해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결국 양국의 고위층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며,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긍정적인 입장표명이 나올 수 있다”는 증언까지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습니다. 이후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의 단독인터뷰(12월 3일자 1, 12면)에서 양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을 논의 중이란 사실이 처음 공식 확인됐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캠벨 차관보의 입장표명도 있었습니다. 첫 보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사회=6월 7일자 5면에 ‘등록금 낮출 수 있는 대학’ 기사가 나갔습니다. 여기에 ‘대구한의대가 학생당 3만6168원 낮출 수 있다’는 산출 결과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39억1000여만원인 결산서의 감가상각비를 3억2000여만원으로 잘못 계산한 데서 온 오류였습니다. 제대로 계산했다면 등록금을 낮출 여력이 없는 대학이었습니다. 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 때여서 이 실수는 아주 아팠습니다. 한동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한 적이 없는 사람을 사정관으로 일했다고 보도한(8월 26일자 17면) 적도 있습니다. 1월 5일자 16면 ‘소망교회 담임목사 때린 혐의 전 부목사 영장’ 기사에선 용의자를 4명으로 썼습니다. 사실은 1명이었습니다. 경찰의 추정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우면산 산사태 때는 신동아럭스빌에 사망자가 없었는데도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기관의 집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쓴 결과입니다. 사소한 부주의가 기사의 신뢰성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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