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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조선청년·일본장교 친구 되면 친일영화?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정현목
문화부문 기자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280억원)를 들인 ‘마이웨이’(감독 강제규)의 관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 21일 개봉한 지 5일 만의 수치다. 하지만 영화사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개봉 11일 만에 370만을 돌파한 강적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때문만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복병’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영화평에는 ‘전쟁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대작’ ‘전쟁신의 나열이 지루하다’는 등 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피해자인 조선 청년이 가해자인 일본군 장교와 친구가 될 수 있느냐’ ‘일본에 팔아먹으려고 친일(親日) 영화 만들었냐’는 반응도 상당하다. 강 감독의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에 빗대 ‘일장기 휘날리며’라고 비꼰 글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친일 영화’라는 이유로 관람불가 운동을 펴자고 주장한다.



 ‘마이웨이’는 적이었던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이 전쟁터에서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기며 우정에 눈뜨게 된다는 내용이다. 대사 대부분이 일본어이고, 일본군 특공대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소련군 탱크에 돌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고 영화가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한다고 볼 수는 없다. 주인공 타츠오(오다기리 조)가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장기를 밟고, 일본 군복을 벗어 던지는 장면은 되레 일본 우익세력에게 ‘불경’하게 비칠 터다.



 준식(장동건)과 타츠오가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통째로 친일로 몰아붙이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친일과 반일이란 이분법적 편가름에서 우리가 벗어난 건 이미 오래 전이지 않은가. 중요한 건 작품의 완성도다.



 비슷한 사례를 우리는 6년 전에 겪었었다.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2005년 개봉한 ‘청연’(감독 윤종찬)이다. 한국 최초의 여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이 영화는 스펙터클한 비행장면 등 높은 완성도에도 친일 영화라는 부적절한 ‘딱지’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 충무로 일각에서는 ‘마이웨이’가 ‘제 2의 청연’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004년 영화 ‘역도산’(감독 송해성)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이른바 글로벌 사회, 시대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우(寓)는 없어야 할 것이다.



정현목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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