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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스포츠 프리즘 ⑥ 승부욕 강한 김정은 … 개인플레이 코비 좋아하고 패스 잘하는 김정철 … 팀플레이어 로드맨 좋아해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정일은 왜 아들 둘을 베른에 보냈을까? 독재자답게 아바나나 모스크바로 보내지 않고. 하다 못해 중국이라도. 아무튼 김정철(사진)과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베른(Bern)은 중세 유럽의 숨결을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다. 짙푸른 아레(Aare)강이 말발굽 모양으로 도시를 휘감고 지나간다.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 흐르네~”로 시작하는 동요 속의 베르네가 바로 베른이다. 로잔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철과 김정은은 농구를 좋아했다. 특히 김정철은 농구 경기복을 입은 사진을 남겼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은 매섭지만, 얼굴은 ‘예쁘다’ 싶을 정도로 잘생겼다.



 김정철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홈 경기복을 입었다. 번호는 91번. ‘악동’ 데니스 로드맨이 사용한 번호다. 로드맨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코와 귀에 구멍을 뚫었으며 머리칼을 온갖 색깔로 물들인 채 코트를 누볐다.



 로드맨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음주운전, 경기 중 상대 선수 폭행, 팝스타 마돈나와의 스캔들 등. 그러나 선수 로드맨은 뛰어났다. 특히 리바운드는 NBA 역사를 통틀어 비교할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뛰어났다. 또한 헌신적인 팀플레이어였다.



 함께 공부한 친구는 김정철이 “패스를 잘했고 팀플레이가 뛰어났다”고 증언했다. 반면 김정은은 농구를 할 때 승부욕이 강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코비 브라이언트를 좋아했다. 그는 아마 24번을 단 LA 레이커스의 노란 경기복을 입었을 것이다.



 국내 농구 감독 가운데 코비를 싫어하는 분이 적잖다. 개인플레이로 팀워크를 해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코비의 기록은 좋은데, 팀은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이런 감독에게 기록도 좋고 팀도 이기게 해주는 마이클 조던은 이상적인 선수다.



 동네 축구나 농구를 해도 ‘이기든 지든 한 골 넣고 보자’는 친구가 꼭 있다. 김정은이 그런 성격일지 모른다.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은 호감을 사기 어렵다. 득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친구를 찾아내 공을 넘겨준 김정철은 원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잠깐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세습을 하려면 김정철 같은 친구가 나았을 텐데…. 그러다 흠칫 놀랐다. 저돌적인 성격은 예측하기 쉽다. 대비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패스 잘하는 선수 치고 머리 나쁜 사람 없고, 상대 팀은 늘 이런 선수 때문에 무너진다. 누가 더 위험한 인물일지 어떻게 아는가.



허진석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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