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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시·군 통합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요즘 시·군 통합을 보면서 ‘공유지의 비극’이 연상된다. 자신의 소를 더 많이 풀 뜯게 하려는 개인의 이기심으로 인해 공동체의 재산인 목초지는 결국 파괴된다는 것이다. 시·군 통합에 대한 지자체들의 반대도 목초지에서 보이는 개인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기구·정원과 지방교부세의 감소 때문에 통합에 반대하는 사이에 국가재정(공유지)은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지자체가 국가재정의 60% 이상을 떠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는 국가재정의 위기, 더 나아가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국가체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전국적으로 시·군 통합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은 적지 않다. 지리적으로 기형적인 구조를 지닌 곳으로 청주·청원과 전주·완주를 들 수 있고, 도청 신도시와 새만금 등 공동발전의 기반을 가진 홍성·예산, 안동·예천, 군산·김제·부안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의 통합은 지자체의 자족 능력을 키우고, 지자체 간 칸막이 비용과 중복지출을 줄여 국가의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반대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기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은 특별법 제정에 동의했지만 자신의 선거구 개편과 영향력 축소를 걱정하며 내심 반대하고 있다. 지자체장, 특히 규모가 작은 지자체의 장은 교부세 축소에 반발, 반대하고 있다.



 시·군 통합을 위한 대안으로 재정 인센티브 강화를 제시한다. 시·군을 통합할 경우 예상되는 손해액보다 높은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통합을 앞당길 수 있지만 국가의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이 단점이다. 두 번째는 통합의 필요성이 높지만 이기적 판단 때문에 통합을 거부하는 지자체에 페널티를 주는 방법이다.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통합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겁쟁이게임(chicken game) 구조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다. 이 방법은 대통령과 국회가 정략적 계산에 연연하지 않고 굳세게 밀고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자체의 이기적 행동을 차단하고, 공유지의 비극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 제도를 포함한 국가재정 시스템 전체를 대수술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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