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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 지금 추진해도 빠듯하다

중앙일보 2011.12.27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이 신규 원자력 발전소 부지로 예정 고시되자 찬반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정전사태를 겪을 만큼 에너지 부족이 예상되는 한국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신규 원전 건설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 2030년 한국 에너지 관리계획은 원자력 발전 비율을 59%까지 높이게 되어 있었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시기가 다소 늦추어진 것이다. 원전 건설 지역을 이제 고시했지만 상업 운전은 최소 12년 후인 2024년이 되어야 가능해 원전가동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상당수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되어 있는 일본의 에너지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규슈전력이 원자력 발전소 4기의 운전을 멈추면 총 54기 가운데 6기만 가동하고, 이마저도 내년 4월에 총점검에 들어가면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하게 된다. 20만 명의 실업이 예상되고 기업의 해외 이전이 촉진될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62%의 화력을 78%로 높여야만 생존 수준의 전력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형편이다. 원자력 발전을 모두 중지하고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이면 석유 등 화력발전의 연료 코스트가 높아 약 45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더 들어가게 될 형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안전성 확보를 철저히 해 나가면서 발전 코스트가 낮은 원자력 발전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은 에너지 생산을 위해 철강·반도체·조선·자동차 수출에서 번 돈을 에너지 생산 자원을 사오는 데 몽땅 써야 할 만큼 에너지 확보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한국이나 일본도 총 발전량의 1 % 밖에 안 될 만큼 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세계의 기후변화협약 체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한국의 현실로서는 발전 코스트가 낮은 원자력이 최선, 차선의 선택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가동이 주춤거리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 필자가 최근 둘러본 일본의 원전은 언제 또 지진이 일어날지 불안한 상태지만 한국은 일본처럼 지진이 많은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원전을 건설해 가동하려면 철저한 안전점검이 항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수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민들과의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 소통의 제1 원칙은 원전 정보의 정직성과 투명성에 기초한 상호 신뢰다. 원전에 관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제공돼야 한다. 복지지원도 중요하다.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면 원전 2기당 건설기간 12년, 운영기간 60년 기준으로 약 1 조5000억원의 지역지원이 이루어질 것인데, 해당 지역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 기를 수출한 세계 제5위 원자력 강국이다. 총력을 기울여 원자로의 안전가동을 해 나가면서 원전 지역 주민들의 복지가 증진되고 공생하는 원전정책이 될 때 원자로 수출의 길도 다시 열리고 원자력 산업이 성장동력 기간산업으로서 위상을 찾을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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