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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짠한 원조 K팝 스타의 눈물

중앙선데이 2011.12.25 03:06 250호 18면 지면보기
연말을 맞아 일본 각 매스컴이 내놓고 있는 2011년 문화계 키워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K팝 열풍’이다. ‘작년에도 그랬잖아’라고 무심히 넘길 수도 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변화는 컸다. 2010년이 말 그대로 ‘붐’을 일으킨 시기였다면, 2011년은 안정기였다. 한때의 붐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했던 K팝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일본 음악계에 단단히 뿌리내린 느낌이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 일본 데뷔 10주년 맞은 보아

뿌리내림의 주역은 걸그룹들이다. ‘동방신기’ ‘빅뱅’ 등의 뒤를 이어 일본시장에 진출한 소녀들은 2011년 화려한 성적표를 보여줬다. 음악 관련 사이트 오리콘 집계에 따르면 해체 위기를 딛고 돌아온 ‘카라(KARA)’의 올 한 해 CD·DVD 매출액이 49억3000만 엔(약 740억원). 일본에서 활동하는 전체 가수 중 4위다. ‘소녀시대’가 40억5000만 엔(약 61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조금 더 지켜보자”며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에서 한국가수들을 제외시켰던 NHK는 올해 ‘동방신기’와 함께 ‘카라’ ‘소녀시대’를 초대했다.

월간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일본 내 K팝 시장의 변화를 ‘듣는 음악에서 즐기는 음악으로’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지난해 K팝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일본 시장에 음반을 발매해 새로운 음악의 존재를 알렸다면, 2011년에는 적극적인 라이브나 이벤트를 통해 ‘고정팬 획득’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SM, JYP, YG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의 대형 기획사들이 자사 아티스트를 총동원한 공연을 올해 일본에서 연속으로 열었는데, 이들 공연을 찾은 관객 수는 총 20만 명에 달한다. KBS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사들이 주최한 일본 현지 공개방송에도 12만 명이 넘는 팬이 다녀갔다.

또 하나 K팝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안티(anti)팬’들의 등장이다. 올해는 한국 드라마, 한국 아이돌의 일본 TV 출연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등 ‘반(反)한류’ 바람이 거셌던 해였다. 'k팝 붐 날조설 추적'이라는 만화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급속히 확산된 ‘안티 K팝’ 움직임은, 한국문화와 음악이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적인 테마로 자리 잡은 증거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으니, 올해로 일본 데뷔 10주년을 맞은 보아(사진)다. 2001년 5월 싱글앨범 ‘ID: Peace B’로 일본에서 데뷔한 보아는 12월 7일 10주년 기념 싱글 ‘마일스톤(Milestone)’을 발매하고 10일과 11일에는 일본 도쿄 국제포럼홀에서 콘서트를 했다. 공연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뉴스를 보며 마음이 짠해졌다. 2000년대 일본에서의 K팝 붐에 대한 역사를 쓴다면, 그 첫 페이지에 실려야 할 이름은 바로 보아일 것이다.

보아가 일본에서 데뷔한 직후, 한국과 일본을 정신없이 오가는 그녀와 잠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예의 바른 답변 사이사이로 내내 피곤함을 감추지 못하는 소녀를 보며 ‘저렇게 어린아이를 외국으로 내돌려도 되는 거야’라며 혀를 찼던 기억. 소녀의 쉼 없는 노력이 지금 일본 내 한국 열풍의 씨앗이 됐다. 이제 겨우 만 스물다섯이 된 이 ‘K팝 역사의 산증인’에게 작은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공부 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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