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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성격

중앙선데이 2011.12.25 01:47 250호 18면 지면보기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농구팀원들을 일일이 지도했다는 일화, 구슬놀이를 하다가 화를 못 참고 형 정철의 얼굴에 구슬을 던진 사건 등을 들며 그가 조직 장악력과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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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는 강한 리더십이라고 표현했지만 독재자의 말은 듣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물론 복잡한 가계에서 나고 자라 서른도 안 된 나이에 후계자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이 차이가 적어 아버지와 은근히 경쟁하는 장남에 비해, 늦은 나이에 얻은 3남이라는 위치도 아버지의 사랑을 쟁취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듯싶다. 어려서 외국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시야가 넓고 융통성도 있으리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유학생활 중에도 황태자로 지내며 교우 관계도 별로 없었던 데다 학업도 중도 포기했기에, 자신을 특별 대접하지 않은 서방에 대한 적대심만 키웠을 수도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외로움도 컸을 것이며 이런 점으로 인해 성격이 거친 쪽으로 형성됐을 수도 있다.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입을 씰룩거리며 우는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선입견일까.

기자 이영종은 그의 책에서 중국의 “태자당”같이 북한에는 특권층 자제들의 “봉화조”가 있다고 썼다.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한다고 60억원을 들여 축포를 터뜨리고, 호화판 먹을거리와 옷, 고급 오락기구와 스포츠 시설에 둘러싸여 있는 그의 삶은 전 세계 수퍼 리치와 다를 바 없다. 결핍도, 절제도, 타인에 대한 공감도 배우지 못한 2세, 3세들은 다른 이들의 고통과 고난에 둔감할 소지가 다분하다.

10대 중반의 김정은이 할아버지의 연로한 부관을 발로 차며 “땅딸보”라 놀렸다는 일화, 그의 사주를 받은 봉화조가 마약 거래와 위폐 제조에 연루되었다는 소문,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관여했다는 의혹, 큰형이 머문 별장 우암각을 급습하고 암살 계획도 세웠다는 얘기들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부류일 수도 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특권층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인민에 대한 연민으로 부패를 척결하고 개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수용소에서 죽게 하고, 가족까지 자살과 불행에 이르게 하는 등 같은 사이코패스였던 스탈린도 혼자 철의 장막을 친 것은 아니었다. 작가로서 따뜻한 감성을 지녔던 체코의 하벨 대통령 같은 인물이 오랫동안 독재에 길들여진 북한에 설 자리가 있겠는가.

다만 부인인 김경희의 눈치를 보며, 술의 힘을 빌려 광대 역할도 마다 않고 처남 김정일의 집사로 실익을 챙겼던 장성택과 김정은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일부 반대파가 손을 잡고 평일, 정남, 정철 등 다른 왕자 중 하나를 추대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이라크전, 지진 여파로 전쟁을 다시 할 여력이 없는 미국과 일본이 일단 북한의 안정적 승계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악의 축 운운하며 김정일 정권을 몰아세웠던 조지 부시 2세 시대를 살짝 비켜간 것도 어쩌면 김정은의 현재 운일지 모르겠다. 수십 년 동안 국가를 사유화한 김일성 일가의 전근대적인 가문중심주의와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한민족의 심리적 아킬레스건인 것 같다. 황태자들의 기행이 꼭 북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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