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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묵직한 ‘미제’ 차의 추억

중앙선데이 2011.12.25 01:34 250호 23면 지면보기
말리부는 미국 GM이 6개 대륙 100여 개국에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한 쉐보레 최초의 글로벌 중형차다. 한국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말리부는 1964년 출시된 뒤 850만 대 이상 팔렸다. 이번 8세대부터 무대를 전 세계로 넓혔다. 뼈대는 유럽 GM의 자회사 오펠이 개발했다. 말리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인사 고급 주거지역의 이름이다.

한국GM ‘쉐보레 말리부 2.4’

한국GM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태완 부사장은 “말리부의 디자인은 쉐보레의 간판 스포츠카 카마로와 콜벳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좌우로 떡 벌어져 납작 엎드린 모습에 스포티한 감각이 넘실댄다. ‘속도감’보다 ‘힘’이 부각된 듯하다. 너비(전폭)는 185.5㎝로 동급 최대다. 얼굴 생김도 큼직큼직해 라이벌은 물론 가문의 맏형 알페온보다 커 보인다. 말리부의 길이는 486.5㎝다. 동급 최대인 르노삼성 SM5를 2㎝ 차이로 바짝 뒤쫓는다. 말리부의 높이는 기아 K5에 이어 동급에서 둘째로 낮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휠베이스)는 국산 중형차 가운데 가장 짧다. 무게도 가장 많이 나간다. 같은 2.0L로 비교하면 쏘나타·K5보다 115㎏ 무겁다. 휠베이스와 무게는 말리부의 몸놀림 특성을 암시하는 단서다.

스위치의 감촉과 조작감, 패널의 맞물림 등 감성 품질은 친척뻘인 캐딜락 부럽지 않다. 도어는 묵직하게 여닫힌다. 고무실링은 꼼꼼하고 치밀하다. 경량화와 원가절감에 도가 튼 현대·기아자동차와 차별화된 쉐보레만의 특징이다.

시트는 몸을 자연스럽게 떠받친다. 한국지엠은 “개발과정에서 1400시간 동안 4600지점의 압력을 측정해 봤다”고 강조했다. 대시보드는 갈매기 날개처럼 부드럽게 휘어 앞좌석 승객을 감싼다. 트렁크는 545L로 동급 최대다. 뒷좌석은 6:4로 접는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다. 동급 최초다.

시승차는 말리부 2.4다. 직렬 4기통 2.4L 170마력 엔진을 얹는다. 2.0보다 출력은 29마력, 토크는 4.2㎏·m 더 높다. 말리부 구입을 앞둔 이들은 두 가지 갈림길에서 망설이게 된다. 알페온과 말리부, 그리고 말리부 2.4와 2.0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리부 2.4가 가장 후회 없을 선택이다. 여유로운 힘은 운전의 질을 좌우할 핵심인 까닭이다.

지난 10월 말리부 출시 당시 경남 창원~부산 구간에서 열린 시승회에 참가했다. 시승차는 2.0이었다. 추월할 때마다 유독 변속기가 부산하고 엔진 반응이 다혈질적이었던 건, 결국 빠듯한 힘 때문이었다. 크고 작은 조바심은 쌓이고 쌓여 찌뿌드드한 뒷맛으로 남았다. 알페온 2.4 역시 비슷했다. 그래서 말리부 2.4가 그 미묘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 더욱 궁금했다.

역시 짐작이 맞았다. 고작 배기량 386㏄ 차이인데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발걸음이 한결 사뿐사뿐했다. 가속이 한층 매끈했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았다. 엔진의 반응도 눈에 띄게 침착했다. 소금 한 스푼 차이로 맛이 완성된 음식처럼, 말리부의 기능과 감각은 386㏄의 여유와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또한 같은 엔진의 알페온보다 훨씬 풍요롭다.

말리부 특유의 ‘묵직함’과 ‘우직함’ 또한 제 짝 엔진을 만나 오롯이 도드라졌다. 말리부 2.4는 튼튼해서 믿고 썼던 ‘미제’의 추억을 자극했다. 그러다 문득 고속도로 하이패스 단말기가 또렷한 한국어로 잔액을 알려줄 때 기분이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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