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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중앙선데이 2011.12.25 01:26 250호 27면 지면보기
“군자는 끝맺었다고 하고 소인은 죽었다고 한다(君子曰終, 小人曰死).”
예기(禮記) 단궁(檀弓) 편의 한 구절이다. 후세 사람들은 “종(終)이라는 것은 그 시작을 완성했다는 말이고, 사(死)라는 것은 사멸하여 남은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중국은 4대 권력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언전(<5501>電·조전)을 보냈다. ‘조상(弔喪)의 뜻을 표시하는 전보’를 한국은 조전(弔電), 중국은 언전(<5501>電)이라 한다.

조(弔)는 사람(人)이 활(弓)을 등에 진 모양새다. 고대에는 장례에 관(棺)을 쓰지 않았다. 금수가 사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조문하는 사람이 활로 금수를 쫓았다. 한자 조(弔)의 연원이다. 언(<5501>)의 소리 부분인 언(言)은 신 앞에서 자신의 올바름을 주장하는 선서란 글자다. 언(<5501>)은 죽은 사람의 일가친척 또는 상사(喪事)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위문을 표시하는 것, 조(弔)는 죽은 사람에게 인사 드리고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다. 남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 상주(喪主)를 위문하는 조문(弔問)을 중국에서는 조언(吊<5501>)이라 한다. 조(吊)는 곡(哭)하는 입(口)과, 등(燈)에 쓰이는 헝겊(巾)을 더한 글자다. 장례 풍습이 바뀌면서 글자가 바뀐 것이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담화문을 통해 조의(弔意)는 표시하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한해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했다.

죽음을 뜻하는 한자는 종(終), 사(死) 외에도 붕(崩), 훙(薨), 졸(卒) 등 다양하다. 김정일의 죽음을 국내 언론은 사망(死亡), 중국의 언론은 서세(逝世·서거)로 보도했다. 춘추(春秋)를 지은 공자(孔子)는 대의명분을 좇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기록하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확립했다. 맹자(孟子)는 “공자가 춘추를 완성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고 말했다. 긴 세월이 흐른 뒤 우리 후손들은 김정일의 죽음을 준엄한 사필(史筆)로 기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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