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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개국 선거 리스크

중앙선데이 2011.12.25 01:15 250호 29면 지면보기
2012년은 선거의 해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컨설팅기관 롤랜드 버거에 따르면 193개국 가운데 59개국이 직·간접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들 나라는 전 세계 인구의 53%(37억 명)를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으로는 50%를 넘는다. 26개국의 선거에서는 최고지도자가 바뀔 수 있다. 여기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는 7개국이 들어가 있다.

허귀식의 시장 헤집기

물론 이렇게 많은 선거는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요동쳤던 지난 한 해, 그래서 응축된 변화의 기운이 선거를 통해 분출될 것이란 예상과 기대가 59개국이란 통계도 만들어냈을 것이다. 올해엔 중동의 정치 불안, 미국·유럽의 경제위기, 3·11 동일본 대지진 등 대형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지구의 지각도, 정치·경제 체제도 균열이 뚜렷했다. 일본에서 “올해는 정말 괴로운 한 해였다”는 아키히토(明仁) 국왕의 술회가 있었다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이렇게 험악한 해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또 있었을까 싶다. 종말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 경제 대전망 편집자인 대니얼 프랭클린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마야 예언을 중심으로 퍼졌을 일부 소수의 믿음과는 달리 세계는 2012년에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세계의 종말이 임박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종말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조마조마한 세상이란 말이다.

리먼브러더스 쇼크가 발생한 지 3년 이상 지났다. 하지만 경기 악화 같은 경제 문제가 여전히 핵심 정치이슈다. 해결되지 않는 위기는 없다. 그렇지만 시간은 필요하다. 유럽의 위기에 대해선 아직 포괄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목도할 것이다. 중동에선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1년이 흘렀으나 새 질서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내년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오일 쇼크가 세계 경제를 덮칠 것이다.

유로존 붕괴나 중동 분쟁 같은 사태를 피하더라도 세계경제는 성장 둔화 속에 살얼음판을 걸을 듯하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신흥국 모두 사회 불안 위험이 커지고 있다. 많은 정치인·유권자들은 위기의 처방전으로 쓰였던 인기 없는 정책을 버리고 싶어 한다. 국가 간 공조의 사슬도 끊으려 한다. 그렇다면 59개국의 선거는 악재와 불만을 용융하기보다는 불안과 분열을 증폭하는 시공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선거는 지혜를 모으는 이벤트이자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어가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건 내년에 뽑힐 국가지도자 한 명 한 명이 내리는 결정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1960년대 후반 마셜 맥루언이 말한 지구촌 시대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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