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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타락한 명품족 아니라 북한 통치자금 관리자”

중앙선데이 2011.12.25 00:44 250호 3면 지면보기
▶김종혁 편집국장(이하 김)=김경희는 어느 정도 파워를 갖고 있나.

김정일 사망과 한반도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대담

▶장성민 대표(이하 장)=김경희는 1946년생으로 남편 장성택과 동갑이다. 두 사람은 김일성종합대 정치경제학과 동창생인데 나중에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이 당시 김일성대 총장이었다. 강원도 원산 근처 천내군 출신인 장성택은 집안이 평범한데 교제 사실을 알게 된 김일성 주석이 반대했다. 그래서 3학년 때 장성택을 원산경제대학으로 쫓아보냈는데 김경희가 황장엽을 찾아와 “왜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건 황장엽씨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결국 김경희가 고집을 피워 두 사람은 결혼했다. 김정일은 7살 때 생모인 김정숙이 죽었는데 그때 세 살이었던 동생 김경희를 무척 불쌍하게 생각하고 예뻐했다고 한다.

▶김=그렇다면 앞으로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은데.

▶장=황장엽씨가 전한 바에 따르면 장성택은 김일성종합대에 다닐 때 예술 서클을 만들었을 정도로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고 한다. 아코디언 연주가 수준급이고 장기·포커·트럼프 등을 두루 잘한다고 한다. 성격은 신중하지만 밝은 스타일이다. 74년 당 조직부 과장으로 시작해서 94년 김일성 장의위원회에 포함되고 95년 당의 인사권을 가진 노동당 제1조직 부부장을 맞으면서 실세가 됐다. 장성택은 북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지구, 신의주 특별행정구역, 나진 선봉지역 등 개혁개방의 설계자고 추진자다. 개성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발표할 때도 실무 총책임자가 장성택이었다. 그의 뒤에는 부인인 경공업부장 김경희가 있다. 개성공단을 책임지는 게 중공업이 아닌 경공업 파트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때문에 남북관계가 최악인데도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은 건 장성택이 김경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김=장성택은 개혁 개방론자라는 얘긴가.

▶장=2002년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제2차 경협 추진 회의가 열렸다. 북한의 경제부총리인 박남기가 내려왔는데 장성택이 함께 왔다.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직접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장성택은 말레이시아까지 현장시찰을 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손길승 SK그룹 회장 옆에 장성택이 앉았는데 손 회장이 “경협의 제도적 틀을 보장해 달라”고 말하자 장성택이 손 회장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데려가 바로 승인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이 정상이었을 때도 후계 체제에 대해 진언하던 유일한 사람이 장성택이다.

▶김=하지만 부인 김경희와 사이가 안 좋다는 얘기도 있던데.

▶장=별거한 지 오래된 걸로 안다. 그것과 상관없이 김정일 위원장은 장성택을 자신의 방계 혈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역할을 맡겨왔다. 장성택은 장례위원 서열 19위로 돼 있지만 사실상 2인자였다. 김 위원장이 발병한 2008년 이후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대신 하달하면서 절대 권력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원래 장성택은 후계자로 김정남을 지지했다. 김정남을 데리고 싱가포르에서 아프리카까지 20일간 여행도 했다. 그래서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와의 관계가 불편했다. 2003년 김정일의 자강도 현지지도를 계기로 장성택이 물러났는데, 그때가 바로 고영희가 두 아들인 정철과 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려 할 때였다.

▶김=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은 해외를 떠돌고 있다. 그가 김정은과 맞설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장=김정남에 대한 오해가 많다. 한국 언론은 그를 머리가 텅 비어있는 명품족으로 묘사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내가 알기에 김정남은 조선시대 양녕대군 같은 사람이다. 그는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는 걸 스스로 거부했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 북한에 갇혀 있기도 싫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김=2001년 가짜 여권을 들고 일본 디즈니랜드에 가다가 잡혀서 아버지 눈 밖에 난 게 아닌가.

▶장=아니다. 김정남은 마카오에 있는 북한 조광무역의 실제 대표다. 북한의 무기거래 대금을 무기상들로부터 받아 아버지의 통치자금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남은 리버럴하게 사는 것 같지만 위장일 뿐이고 그는 아버지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김정일의 정치자금이 왜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있고 김정남은 왜 거기 살겠는가. 2001년 일본에 왜 갔는지 알아야 한다. 북한이 ‘샘15’ 미사일 300기를 이라크에 팔았다. 이라크가 영국에서 무기대금을 분산해 홍콩과 호주 시드니, 스위스, 일본으로 송금했다. 당시 김정남은 다른 세 곳을 다 들른 다음에 최종적으로 일본에 간 것이다. 자메이카 여권을 가지고 중국 사람 팡시옹이란 이름을 썼는데 잡히니까 뭐라고 하겠나. 무기대금 찾으러 왔다고 하겠나. 그냥 디즈니랜드에 간다고 둘러댄 것이다. 김정남은 그전에 이미 두 번이나 일본을 들락거렸지만 경시청이 잡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미국 CIA가 통보하니까 잡은 것이다.

▶김=김정남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는 너무 달라 놀랍다.

▶장=2008년 8월에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프랑스에 가서 주치의를 데려온 사람이 김정남이다. 불어를 잘하고 세계를 다닐 수 있는 여권이 있어서 김정남이 프랑스 의사 루이를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데리고 갔다.

▶김=본인이 권력의지가 없고 북한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왔다면 이복 동생 김정은과도 큰 갈등은 없을 수 있겠다.

▶장=김정남이 김정은의 후계를 인정한 것으로 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동생이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김=북한은 왕조적 세습 체제가 아주 안정돼 있으니 김정은이 앞으로 40~50년간 북한 사회를 잘 통치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장=맞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했든 앞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딜레마가 있다. 완벽하게 문을 닫아버리고, 외부 공기가 못 들어오게 하고, 고립정책을 쓰면 계속 집권할 수 있다. 인민이 극빈 상태가 되면 저항할 힘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가는 건 불가능하다. 만일 개혁·개방을 하면 경제적으론 나아지겠지만 인민의 불만감과 박탈감이 생길 테니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북한으로선 현재의 정치권력 체제는 그대로 유지해가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해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경제특구처럼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외국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들어오지 않는다. 신의주나 나진선봉 경제특구와 나머지 특구들이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결국 해법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장=북한이 연구해 온 모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태국식 왕조 체제다. 김일성 일가는 왕가로 변신해 위신과 명예와 권위는 지금처럼 갖고 가면서 내정은 총리가 담당하게 하는 모델이다. 김정일도 물러나면서 행정은 장성택에게 맡기고 자신은 왕족이 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싱가포르 모델이다. 싱가포르는 북한의 금융허브다. 어떻게 이광요 총리가 아들에게 잡음 없이 권력을 물려줄 수 있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유교적 가치가 크게 작용하는 나라다. 국민들에게 자유는 많이 주지 않고 집권당이 일당독재를 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구가해 부자 세습을 해도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은 위험하다고 본다.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은 모델이 아니고 태국과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김정은은 싱가포르 모델로 가고 싶을 것이다.

▶김=북한은 선군 정치를 하고 군이 막강한데 쿠데타 가능성은 없는가.

▶장=북한은 군사국가다. 외교도 총을 쏘고 미사일을 쏴서 유리한 입장으로 끌고 나간다. 외교도 군사도발적으로 하는 나라다. 동시에 군은 북한 김씨 왕조의 최대 수혜 집단이다. 지배계급이고 모든 계층의 최상이다. 상대적으로 불만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군부는 전쟁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이지 통치를 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군사적인 것 외에는 모른다. 또 당(黨)·정(政)·군(軍)이 서로 겹쳐 하나로 돼 있기 때문에 군이 혼자 움직일 수 없다. 북한에서 쿠데타는 거의 불가능하다.

▶김=북한 핵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장=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핵이 없었으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카다피와 같이 미국의 폭격을 받아 국가가 붕괴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제 존립의 안전판이니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김=북한 핵은 공격수단이 아니니 인정하자는 것인가.

▶장=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구분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다. 북한 핵은 국제문제니 6자회담에서 풀어나가고 남북간의 문제는 그와는 별개로 접근해야 하는 게 맞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큰 것은 핵 문제를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김=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장=한국이 북한과 대결 국면으로 간다면 북한은 중국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감쌀 수밖에 없다. 나중에 중국이 북한에 군을 파견할 수밖에 없다고 나오면 우리와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

▶김=진보좌파 진영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문제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개발했다. 길게 보면 이명박 정부의 몇 년간의 봉쇄정책도 나름대로는 성과가 있었던 게 아닌가.

▶장=북한으로 하여금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자신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일깨워준 측면은 분명히 있다. 자기들이 위협하고 협박하면, 남한이 정책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준 것도 굉장한 레슨이다. 포용정책이든 봉쇄정책이든 일장일단이 있다. 문제는 유연성이다. 포용을 하든 봉쇄를 하든 전략적 합리성에 기초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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