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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고모부>·이영호<총참모장>·최용해<당 비서> 포진, 김정은의 권력 기반

중앙선데이 2011.12.25 00:41 250호 4면 지면보기
김정은 체제는 과연 안착할 수 있을까. 후계 수업 기간이 짧고 카리스마가 부족한 20대 지도자의 때이른 출현에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이 혹시 딴마음을 품지는 않을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의 말을 신봉하는 군부의 돌발행동으로 자칫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게 되지는 않을까.

김정일 사망과 한반도 당 중앙군사위원회 대해부

이러한 질문과 관련해 주목받는 기구가 있다. 다름 아닌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다. 김정은의 이름 뒤에는 늘 이 기구의 공식 명칭이 접미사처럼 따라붙는다. 그가 갖고 있는 유일한 공식 직함이 바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책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 발표 직전 김정은이 전 군에 내린 ‘대장명령’ 1호도 중앙군사위원회 명의였다.

지난해 9월 중국의 6ㆍ25 참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사이에 이영호 총참모장이 자리 잡고 있다(큰 사진). 1980년 6차 당 대회 당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당 중앙위 위원 사이에 앉은 것과 비슷하다(작은 사진).
지난해 9월 28일 44년 만에 3차 당 대표자대회가 평양에서 열렸다. 9ㆍ28 대회는 김정일이 2008년 뇌혈관 이상으로 쓰러진 뒤 서둘렀던 후계 구축 작업의 결산점이었다. 이날 이후 공식 행사에서 이영호 군 총참모장의 자리는 김정일과 김정은의 사이로 고정됐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1980년 6차 당대회 때 실세였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김일성과 김정일 사이에 앉은 것과 판박이다. 한 달 후인 10월 26일, 중국 고위군사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북한측 수석대표는 이영호였다. 국방위원회에서는 아무런 직책이 없는 그가 수석대표가 된 것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란 직책 때문이었다.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2008년 이후 김정은에게 군 장성들의 동향을 대면보고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와병 중이던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대리해 직보체제를 구축하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김정은의 절대 신임을 얻어 승승장구했음은 물론이다. 김정각 역시 중앙군사위원을 맡고 있다.

북한 군은 ‘국가’의 군이 아닌 ‘당(黨)’의 군대다. 북한 노동당 규약 46조는 북한군을 ‘조선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의 군사 관련 조직이 군에 대한 실질적 지휘권을 갖고 있다. 당의 기구들이 정부 기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정부를 지도ㆍ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옛 소련이나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9월 당 대표자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 따르면 중앙군사위가 “군사 분야에서 나서는 모든 사업을 당적으로 조직 지도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군 지휘권뿐 아니라 국방정책 및 군수산업에 관련한 결정권까지 쥐고 있다. 1962년 창설 이래 비상설 협의기구의 성격이 강했던 중앙군사위는 지난해 당 규약 개정으로 상설기구로 격상됐다.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이 막강해진 것은 인적 구성을 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이영호, 김정각 이외에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윤정린 호위사령관과 정명도 해군사령관, 이병철 공군사령관 등 군의 핵심이 망라돼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앙군사위원 가운데 최경성 상장은 후방 침투작전을 벌이는 특수부대인 11군단장이고, 최부일 상장은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거쳐 현재 9군단장을 맡고 있다”며 “최상려 상장도 미사일 지도국장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군부뿐 아니라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도 9·28 대회에서 중앙군사위원으로 임명됐다. 김정은의 당 내 인맥 가운데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용해 당 중앙위 비서나 핵무기 개발 등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규창도 위원이다.

이 가운데 이영호는 ‘당중당(黨中黨)’인 정치국 상무위원, 김영춘은 정치국 위원, 김정각·장성택·최용해 등은 후보위원을 겸하고 있다. 또 김영춘·장성택은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각·주규창·우동측은 국방위원과 겸직이다. 다시 말해 당과 군,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의 핵심이 김정은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중앙군사위원으로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이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서 당·군·국방위원회를 모두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서 비롯된다. 이처럼 강화된 위상은 그 이전의 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이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해 6명에 머물렀다는 사실과 대비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중앙군사위원들의 공통점은 김정은의 측근 또는 후계체제 구축에 기여한 사람들이란 점이다. 따라서 최근에 고속 승진을 한 사람이 많다. 이영호 부위원장의 경우, 2009년 2월 대장으로 승진한 뒤 1년여 만인 지난해 9월 차수가 됐다. 반면 김정은 측근 그룹과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은 중앙군사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북한의 모든 권력 기구 가운데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 주규창(82), 김영춘(74) 등이 고령 그룹에 속하지만 이영호 부위원장을 비롯, 장성택·김영철·최용해 등은 60대이고 김정각, 김명국 등은 갓 70을 넘겼다. 60대의 나이는 북한 당ㆍ정의 고위 간부들 중에선 ‘소장층’에 속한다. 김정은 후계체계 구축과 함께 뒤따를 수밖에 없는 세대교체가 중앙군사위원회를 시작으로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9ㆍ28 이전의 중앙군사위원은 2010년 숨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이을설 원수 등 80대 인물들이 주축이었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뤄볼 때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를 발판으로 삼아 당ㆍ군ㆍ정의 실권을 장악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현안 보고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를 중심으로 과도통치기구를 구성해 그곳에서 당면한 대책을 협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당 총비서직에 오르는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해 당 규약 개정 때 “당 총비서는 당 중앙군사위원장으로 된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을 감안할 때 김정일 사망으로 공석이 된 중앙군사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이에 따라 당 총비서직을 맡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의 핵심 측근은 권력의 방파제 역할을 할 친인척 그룹의 장성택과 신(新)군부 실세라 할 수 있는 이영호, 당과의 가교역인 최용해 등 세 사람인데 이들 모두 중앙군사위원회에 들어가 있다”며 “김정은이 이들의 보좌를 받아가며 정치력을 발휘해 당ㆍ군 원로그룹의 협력을 얻어내면 권력 장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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