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일 특별열차 아닌 사저나 다른 곳에서 사망한 듯”

중앙선데이 2011.12.25 00:37 250호 6면 지면보기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정보에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북한 발표대로 김 위원장이 진짜 기차에서 사망한 것인지, 김정은에 대한 권력 승계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국가정보원은 왜 사망 사실을 몰랐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본지는 23일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한나라당)과 인터뷰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발표와는 달리 특별열차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망했을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판단은 또 다른 의문을 일으킨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일 사망과 한반도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 인터뷰

-왜 특별열차에서 사망하지 않았다고 국정원은 보나.
“위성 사진 판독에 따른 것이다. 특별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망했다는 17일을 중심으로 16~18일 특별 열차에 몇 량이 붙었다 떨어졌다 한 것 외엔 별 움직임이 없었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은 열차에서 (김정일이) 생활한 것도 아닐 것이니 거기서 사망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열차 네 칸에 북한 최고 수준의 병원 시설이 있다지만 빈 열차에 의료진이 타고 있진 않았을 거다. 열차에서 죽었다면 운구 행렬도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근처에 김정일의 사저가 있다고 하니 이를 포함해 다른 곳에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판단의 중심인 영상 정보를 분석하는 데는 국정원·군·미군이 함께 한다. (정보를) 받아 보는 장소도 군보다 국정원에 훨씬 더 가깝다. 일부에서 ‘영상자료는 미군을 통해 국군 정보사가 보는 거고 국정원은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국정원이 주도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특별열차에서 사망했다고 했을까. 또 사인은 무엇인가.
“김정일 위원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민을 위해 일했다는 걸 보여주려 했을 수 있다. 사인에 대해 국정원도 아무 얘기가 없다. 사인은 위성만으로 파악이 안 된다. 자연사냐 변사냐 같은 중요한 정보는 인적정보로 나오는데 얻기가 아주 어렵다. 나중에 자연스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건의 실상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할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김정일 사망 발표 전 김정은이 대장명령 1호를 내린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상태에서 사망 사실을 안 내부 측근들에겐 김정은 이름으로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당 중앙군사위 명령으로 내렸다. 김정은이 그 자리에 있으니 그렇게 된 것이지 실권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란 의미다. 장성택이 실권자고 김정은이 허수아비라고 해도 장성택이 아닌 중앙군사위 명의로 낸다. 김정은이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어 군을 장악했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다만 김정일이 국방위 중심으로 통치했듯 앞으론 중앙군사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할 수는 있다. 대장명령 1호도 훈련을 중지하고 철수하라는 것이었고 군이 이를 따랐으니 김정은이 군을 장악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중요치 않은 군의 일상과 관련된 것일 뿐이다.”

-김정은 권력의 안착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인데 향후 어떤 양상이 될 것으로 보나.
“애도기간인 28일까지는 특별한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29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가 주목 기간이다. 4월 15일이 중요한 것인 그날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1인 숭배 사상으로 통제된다. 그런데 태양절을 앞두고 다른 성씨가 공개적으로 나와 혼란을 일으킨다면 주민과 중간 관료 계층이 못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당장 정통성을 인정 받는 것도 어려울 테니 물밑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잠행 기간이다.
분명한 건 김정일 사망 52시간 동안 정보 통제가 확실하게 됐고, 김정은이 장의위원회 1번으로 중심이 되고 있고 김정은에게 도전하는 모습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어떤 세력이 도전할까.
“김정일이 권력을 완전 세습 받은 시기는 후계 수업 30년 뒤 나이도 50대 초반이었다. 통치하고 있었고 김일성이 ‘정일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을 앓고 갑자기 김정은을 골라 빠른 속도로 후계자 수업을 시켰다. 그러다 김정일 건강이 좀 괜찮아지면서 수업 속도를 조절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뉴 파워와 올드 파워의 관계 설정에 달렸다. 김정은의 뉴 파워 그룹으론 고모인 김경희 경공업부장,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이영호 총참모장, 최용해 당 비서가 있다. 김정일의 올드 파워 그룹들도 강성하다. 직함에선 몰라도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올드 그룹에 속하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당 정치국원이 아닌데도 이번에 정치국원과 조문을 같이 했다. 올드와 뉴 파워가 뜻을 같이 한다 해도 김정은의 지분이 얼마가 될지도 문제다. 김정은이 90을 갖게 될지, 20~30만 갖고 장성택이 50 이상을 갖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 김정은의 지분은.
“말하기 힘들다. 다만 뉴 파워 그룹이 본격적으로 실권을 잡고 정책을 새롭게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 우리 정부도 지금까진 원칙을 내세워 딱딱했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그 가능성을 언급했듯이 유연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도 말을 아끼고 있다.”

-김정은의 성향을 국정원은 어떻게 보나.
“성격이 강하고 좀 세며 다혈질이라고 본다. 김정일이 3남 김정은을 후계로 정한 것도 자기와 비슷해서였다. 이런 점은 걱정스러운 요소다. 긍정적인 요소는 김정은이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 과학과 경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과학·경제를 키우려면 개방 쪽으로 나가야 한다.”

-김정일 사망을 몰랐던 국정원의 능력이 문제다. 앞으로 격변기가 예상되는데 우려된다.
“휴민트(인적 정보)가 이 정부 들어서 다 무너졌다고 하는데, 과거 쌓아온 망이 3~4년 만에 무너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지난 정부와 지지난 정부 때 많이 무너졌다. 민감한 부분이지만 우리 쪽에서 (북한 내) 우리 정보망을 북측에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방적인 주장으로 확인된 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국정원과 관련해서 581명이 해고됐다고 하는데 그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정권 교체기마다 정보기관 주요 세력이 교체됐다. 정권이 노태우 대통령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김대중 대통령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 넘어갔을 때도 그랬다. 특히 김영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넘어갔을 때 극심했다. 내가 97년 8월까지 파견 검사로 안전기획부에 나가 있었는데, 공개적으로 살생부가 돌았다. 나도 살생부에 올랐다.
그러니 북한과의 망이 끊어지고 지휘 능력이 떨어지는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정권 교체 때 과잉 인력 정리는 있을 수 있지만 정치적 성향을 빌미로 해서 무더기로 자르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와서도 정보망을 새롭게 확충하지 못했고, 대북 교류가 차단되면서 자연스레 북한 내부 정보가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의 작동이 멈춘 측면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엔 교류가 있어 광의의 휴민트가 있었고, 스파이는 아니더라도 사업가라든지 여러 사람들이 문화교류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관리와 접촉하며 북한 내부의 이상 기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휴민트가 막히자 과학정보에 치중하게 되고 신호정보(시긴트)와 영상정보가 중요해졌는데 그걸로 완전히 커버하기가 아직 어렵다. 내가 안기부 파견 검사를 할 때 미군 헬기가 휴전선을 넘은 적이 있었다. 당시 안기부는 북한 무선 통신을 도청해 무사 귀환하게 될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지금은 안 된다. 요즘 북한은 무선 통신을 안 쓰고 유선 광케이블로 통화한다. 유선 통신을 잡아내긴 어렵다.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우리가 전혀 징후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김정일 사망과 같은 중요한 변고라면 아무리 은폐하려 해도 어딘가에서 징후들이 있었을 것이다. 제한적 정보라도 분석을 제대로 해 알았어야 한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몰랐으니 우리도 알 수 없다는 식의 변명은 안 된다. 우린 남북 대치 상황의 당사자다. 말도 같이 쓰는 상대방인데 어떤 변고가 있었는지 당연히 알았어야 한다.”

-국정원 내부를 아는 사람들은 국정원의 정보력이 높지 않다고 혹평한다.
“국정원이 전지전능하진 않다. 국정원과 시민의 정보 능력 차가 예전엔 하늘과 땅 차이였다면 지금은 거의 대등하다. 단 시민사회의 정보는 흩어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건 의미가 있고 국정원이 그 점에서 아직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권영세(52) 국회 정보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16·17·18대 3선 의원이다. 90년대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 파견 검사로 일한 인연이 있어 국정원 사정에 밝다.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학 석사)을 졸업했다.

정리=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