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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영장 이후 매일 비상경영회의 주재

중앙선데이 2011.12.25 00:25 250호 12면 지면보기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둘째)이 22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권오철 사장(오른쪽)으로부터 경영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세무조사에서 검찰 수사까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최태원(51) SK 회장의 정중동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그는 23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김창근·김신배·정만원 부회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모인 가운데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했다. 주말이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지주회사인 SK㈜의 김영태 사장 등 경영진과 그룹의 경영현황을 점검했다. 23일은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8) 그룹 수석 부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이기도 했다.

위기의 SK, 최태원 회장은 지금

최 회장 자신도 19일 강도 높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20일 새벽 귀가했다. 하지만 오전 곧바로 회사로 나와 김정일 사망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를 점검하는 비상회의에 참석했다. 22일에는 경기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해 경영현황을 보고 받았다. 11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뒤 첫 방문이었다. 대기업 총수가 집중적인 검찰조사를 받는 와중에 회사 내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해 현안을 챙기는 일은 이례적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SK 이만우 전무는 “최 회장은 그룹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몸소 나서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1년 넘게 세무조사다 검찰수사다 해서 편할 날이 없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SK와 SK텔레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등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올봄부터 최 회장의 대규모 선물투자 손실 사실이 알려졌고, 형제의 자금횡령 혐의 수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최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SK는 임원 인사는 물론 내년 사업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예년이라면 이달 중순께 임원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마냥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내우외환 속에서도 최 회장은 11월 SK텔레콤을 통해 입찰가 3조4000억원에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인수회사가 자금압박을 받을지 모른다는 추측과 함께 국제 신용평가회사 S&P는 SK텔레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놓기도 했다.

국제 반도체 시황이 나빠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실적이 예상을 밑돌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KB투자증권의 변한준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SK에 기대하는 것은 하이닉스의 현상 유지가 아니라 도약이다. SK가 투자 의사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찾고, 거의 매일 같이 그룹 수뇌부와 머리를 맞대는 것은 경영의 위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23일 회의 때 유럽 재정위기와 김정일 사망, 경영 차질 등을 언급하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회사경영에 몰두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경영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SK텔레콤뿐 아니라 그룹 전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성원하자”고 말했다.

앞서 하이닉스 공장 방문 때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 만큼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때 적정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선친 고 최종현 회장이 1978년 10월 선경반도체를 세웠다가 오일쇼크 등으로 81년 사업을 접은 것을 회상하면서 “하이닉스가 한식구로 들어온 것은 반도체 사업이라는 SK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자금 조성도 가속화해 SK텔레콤은 27일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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