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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의 ‘사모님 창업’] 치킨·찌개집 돌며 1년 아르바이트… 창업 시행착오 줄여

중앙일보 2011.12.22 03:30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경기도 용인 신갈 신도시에서 음식점 두 곳을 운영하는 서문자(46·원할머니보쌈+박가부대찌개 용인신갈점 대표)씨. 그가 창업 4년 만에 점포를 두 개로 확장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 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바로 ‘선 체험 후 창업’ 전략이다. 창업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투자된다. 개업 직후의 매출 압박감은 일이 손에 익기도 전에 초조함부터 유발해 경영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선 체험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좋은 대안이다. “현장을 먼저 경험해 자신감이 생기면 힘든 경영을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게 서씨의 말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의 퇴직 걱정이 서씨의 창업동기였다. 가족들에게는 곧잘 요리솜씨를 칭찬받았지만 그것이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서씨에게 무작정 큰돈을 투자해 창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그러던 중 유명 연예인이 국밥집에서 하루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TV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을 보게 됐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생활을 깨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창업하기 전에 딱 1년만 체험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 왜 사서 고생이냐며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먼저 동네 치킨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홀 서빙과 배달주문 포장 업무를 했다. 손님으로 갔을 때와는 딴판인 다양한 상황들이 그를 당황하게 했다. 크고 작은 실수를 고치는 데 3개월이나 걸렸다. 다음 일터는 김치찌개 전문점이었다. 서빙 업무를 했다. 고된 업무 때문인지 6개월 동안 살이 5㎏이나 빠졌다. 현장을 체험하기 전에는 막연히 ‘매출이 낮으면 정신적으로 힘들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육체노동이 만만치 않았다. 그곳에서 일하며 서씨는 단골 만드는 요령, 고객서비스 요령 등을 익혔다.



 다음으로 일한 곳은 보쌈전문점이었다. 이전 근무지인 김치찌개 전문점과 매장 규모는 165㎡(50평) 안팎으로 비슷했는데도 매출은 세 배 이상 높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음식 맛에 차이가 있겠지 싶었는데 근무를 해보니 매출 격차의 원인이 종업원 관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보쌈집 사장은 매일 아침 조회를 했다. 전날 실수했던 것과 잘한 것을 언급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 직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실행하기 어려운 요구 사항도 많았지만, 점주의 말대로 몇 가지를 실천해 보니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시간에 쫓기지 않게 되니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여유도 생겼다. 서씨는 점주의 요구 사항을 적극 실천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폈다. ‘변기를 식기처럼 깔끔하게 닦기’ ‘내 아이에게 먹일 만큼 정갈한 반찬 만들기’ 등이 서씨가 해야 할 일이었다.



 보쌈집에서 6개월간 근무한 뒤 같은 브랜드의 보쌈집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 3월 175㎡(53평) 점포구입비 포함, 2억7000만원을 투자해 지금의 매장을 열었다. 창업 후 서씨는 배운 경험을 실천에 옮겼다.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동고동락하는 직원 수는 8명. 직원에게 100가지를 알려주면 실천되는 건 10가지도 안 됐다. 하나라도 더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서씨도 매일 조회를 열었다. 꾸준한 조회 덕에 직원들의 서비스 질이 점점 향상됐다. 보쌈배달에서는 치킨점 근무 경험을 활용했다. 고객에게 불만이 들어오면 점주가 대답하지 않고 배달직원이 직접 대답하게 했다. 그 결과 불만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1년 만에 매출은 하루 200만원대로 올랐고, 2009년에는 그동안 번 돈으로 보쌈집 옆 매장을 인수, 부대찌개전문점을 하나 더 창업했다. 112㎡(34평) 점포보증금 3500만원을 포함해 개업자금은 9500만원이 들었다. 부대찌개점의 매출은 하루 80만원 선이다.



 탄탄한 준비는 중요한 성공조건이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도전하는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할 수 있겠다는 가정과 해본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경험한 일은 세포 속에 각인된다. 두려움이 줄어들고 자신감도 커진다. 당연히 미래의 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선 체험 시 주의할 점은 경영능력이 뛰어난, 우수한 사업체에서 정석대로 일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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