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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에게’ 한·미, 조의 표현 사전 조율

중앙일보 2011.12.22 01:04 종합 2면 지면보기
클린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명박 정부와의 한·미 공조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는 표현을 써왔다.


포스트 김정일
조의 결정 어떻게

미 국무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1월 중앙일보·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0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참석자들이 느낀 좋은 감정은 (경험이 많은) 나에게도 매우 드문 일이었으며,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진행된 양국 간 긴밀한 협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한·미 공조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한·미 ‘2인3각 공조’의 결과물이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양국의 조의 표명이다. 한국은 20일 오후 4시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이보다 조금 앞선 20일 오전 11시(미국시간 19일 오후 9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성명을 냈다. 류 장관은 ‘조의’라는 단어를 피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도 애도(condolence)라는 표현 대신 “북한 주민들에게 염려와 기도를 보낸다”고 했다.



한·미 양국이 직접적으로 김 위원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양새보다 국가수반을 잃은 북한 주민 을 향해 위로를 표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한국 정부 발표문 중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구절은 “북한의 새로운 리더십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안정의 새 시대를 여는 데 국제사회와 함께하기를 희망한다”는 클린턴 장관의 성명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조의 표명의 주체와 담을 내용 등을 놓고 양국이 사전에 논의했다”며 “양국 모두 조율 결과를 놓고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2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과 (조의 관련 성명 발표를) 논의했으며, 시차 때문에 발표 시점이 2~3시간 늦어졌다”고 공개했다.



이는 양국 간 입장차가 뚜렷했던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김영삼 정부는 조의를 표명하지 않고 김 주석에 대한 조문도 불허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 후 진행된 한·미 조율과정에 대해 합격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미 국무부로부터 ‘한국에서 합참과 주한미군사령부 간의 군사적 공조가 원활히 이뤄져 예기치 못한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한 대처에도 확신을 갖게 됐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조의(弔意)·조문(弔問)=이른바 조문 정국에서 조의는 단순히 애도의 뜻을 담화문 등을 통해 나타내는 것인 반면 조문은 상주(喪主)를 직접 찾아가 위문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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