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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NSC서 조의 격론 … MB가 찬성파 손들어줬다

중앙일보 2011.12.22 00:59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오후 4시10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섰다. 두 시간 전부터 열린 이명박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결정된 정부 담화문을 읽어나갔다.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의 말과 함께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포스트 김정일
조의 결정 어떻게
이 대통령, 온건파 ‘대북관계 개선 기회’ 발언에 공감





최전방 3곳에 설치키로 했던 성탄 트리 점등 계획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새 지도부에 보내는 ‘말’과 ‘행동’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관계의 리셋(Reset)’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했다.



 김정일 사망 발표 후 이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28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선 대북 강·온파 사이에 팽팽한 논리 대결이 벌어졌다.



 19일 낮 12시를 막 넘은 시각.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끼고 본관 집무실로 향하던 도중 이 대통령과 만났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급히 국가위기관리실로 내려가던 차였다. 천 수석은 “북한을 위로하고 안심시켜야 할 때”라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북한 강경파가 득세할 여지를 줄이자는 거다. 천 수석은 대북 강경파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엔 유화적 기조를 주장했다.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류 장관과 김성환 장관은 천 수석과 같은 의견을 냈다. ‘안정적 상황관리’ ‘대북 관계의 전환 계기’ 등 큰 흐름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조의와 조문이 문제가 됐다. 김관진 장관과 원 원장이 ‘불가’ 의견을 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주체인 김정일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정부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오히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사과도 받지 않고 조의를 표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이때부터 온건파의 설득이 시작됐다. 류 장관과 김성환 장관은 “그런 면도 있지만 몇 십 년 만에 직면하는 상황 변화다. 향후 사태 진전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틀 전 급성맹장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느라 회의에 못 나온 ‘대북 강경파’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도 전화로 류 장관 등과 비슷한 뜻을 전했다고 한다.



 강·온파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이 대통령은 두루 의견을 들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3시간 가까운 토론 끝에 이 대통령은 결국 온건파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기회’라는 온건파의 말에 공감했다고 한다.



 20일 오후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선 류 장관이 ‘좌장’ 역할을 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으로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류 장관이 담화문 작성을 주도했다. 발표도 류 장관이 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 허용, 21일의 민간단체 조전 허용도 류 장관 뜻에 따른 것이다. 류 장관은 21일 민주통합당을 찾았을 때 “어제 정부가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류 장관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김동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간사)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김수정·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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