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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집, 우리 조상은 꺼렸지만 서양에선 좋아해”

중앙일보 2011.12.22 00:59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국의 풍수에 담긴 생태사상을 전세계에 알려온 윤흥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강정현 기자]
한국 전통풍수(風水)와 생태사상의 연결성을 알려온 윤흥기(67)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문화지리학 교수. 그가 서울대 지리학과를 다니던 1960년대 중반만해도 풍수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미국 UC버클리에 유학 간 69년, 당대 환경사상사의 대가 클래런스 글래켄 교수를 만난 이후 그의 학문의 방향을 틀었다.


40년 연구성과 『땅의 마음』 펴낸 윤흥기 오클랜드대 교수

 글레켄 교수는 제자에게 “서양의 환경사상을 가르쳐 줄 테니, 서양에 걸맞은 동양의 환경사상사를 정립해 보라”고 권했다. 이후 40여 년간 풍수와 생태의 교집합을 천착해온 그가 『땅의 마음』(사이언스북스)을 냈다. 그간 영어로 쓴 글은 한국어로 옮겼고 새 글을 붙였다. 그는 “풍수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풍수를 업으로 삼는 지관(地官)과 풍수를 연구하는 학자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서양인에게 풍수를 뭐라고 소개하나.



 “번역하기 힘든 개념인데, 동양적 환경사상이자 택지술(擇地術), 즉 터를 잡는 기술이라고 설명하면 어느 정도 이해한다. 지리를 뜻하는 ‘geo’와 정신구조를 뜻하는 ‘mentality’를 합친 지오멘털리티(geomentality)라는 말도 쓴다. 민족·역사·환경에 따라 다른 사람과 땅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만든 용어다.”



 -서양 택지술과 동양 풍수의 차이는.



 “한 예로 서양은 전망 좋은 꼭대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안개가 없는 산꼭대기를 좋아했던 역사에서 비롯됐다. 반면 우리의 전통 풍수는 산꼭대기에 집 짓는 걸 꺼렸다. 우리는 전망을 크게 치지 않았다.”



 -풍수에서 명당이란.



 “엄마 품과 같이 삼면이 산으로 둘러 쌓이고 앞에는 천천히 흐르는 물이 있으며, 남향의 양지바른 곳이면 좋은 땅으로 친다.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 이야기인데 전문가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신비화되고 복잡해진다.”



 -풍수의 기원은.



 “ 내 생각으로는 중국 황하강 중상류 지역의 황토 고원으로 보인다. 풍수 그림의 중앙에 산정이 평평한 산이 나온다. 황토 고원을 답사하면 그런 산을 실제 볼 수 있다. 한국엔 없다. 풍수 용어인 혈자리의 기원도 황토 고원의 토굴이 모델이다. 산 사람이 좋은 토굴을 찾는 양택의 원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묏자리를 고르는 음택 원리로 발전했다. 한반도엔 7세기경 전래됐다고 본다.”



 -바람이라면.



 “이제 내 고향 말로 내 공부를 전하고 싶다. 동양 환경사상사 집필이 목표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풍수(風水)=사람과 땅의 관계를 탐구해온 동양 전통의 지리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 땅이 어느 위치에 놓였느냐에 따라 사람에게 좋고 나쁜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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